한·미정상회담전 부시충격 발언록 이시우 2005/02/27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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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한·미 정상회담 직전 재미교포 4명과 면담한 부시 대통령의 충격 발언록
“자유·인권 무시하는 김정일 정권 후세인처럼 제거하겠다”
최영재 월간중앙(cyj@joongang.co.kr)

지난 5월8일 백악관에서 조지W.부시 미 대통령과 면담한 한인 인사들이 기념촬영을했다(아래사진)왼쪽부터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이 나온 전말은 이렇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5월은 미국 연방 차원에서 선포된 ‘아시아태평양문화유산의 달’이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5월8일 오후 1시40분부터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주한인이민 100주년 뉴욕사업회’ 조병태 공동회장을 비롯한 아시아계 미국인 대표 5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선포문에 서명하고 약 40분간 담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조병태 공동회장, 임창빈 애틀랜타 미주상공인협회장, 밝은미래재단 홍명기 회장, LA한인회 하기환 회장 등 한인 교포 4명과 중국계·일본계·인도계·필리핀계 미국인들이 참석했다. 백악관측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앨린 차우 노동장관, 미네타 교통장관(일본계 미국인), 유엔 주재 미국 경제대사 등이 참석했다.

참석한 한인 대표들에 따르면 말이 담화였지 부시 대통령은 질문은 받지 않고 통역 없이 일방적으로 40분 동안 자신의 말을 전하기만 했다고 한다. 5월15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고작 30분 정도 열린 것을 생각하면 교민들과의 만남에서 나온 부시의 발언이 더 심도 있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정상회담은 수행원 소개, 의례적 인사, 통역까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양국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5∼7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정상회담보다 길었던 면담 시간

원래 백악관은 이 면담을 이라크전쟁으로 취소했으나 이틀 전인 5월6일 갑자기 결정을 번복하고 관계자들에게 5월8일 오후 1시까지 백악관으로 들어오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8일 부시 대통령이 40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아시안들이 미국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와 미국 경제교류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에는 100여 명의 아시안들이 일하고 있다.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민하기 시작한 지 100년이 되었는데 진심으로 축하한다. 코리안아메리칸은 특히 교육열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업적을 거뒀다. 코리안아메리칸은 미국의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곧이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설명했다.

“이라크전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미군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이라크 민간인 피해도 의외로 적었다. 사상당한 이라크 군인들도 그다지 많지 않다. 실질적인 전쟁은 3주 만에 끝났다. 미국의 아주 우수한 장비와 무기, 정보 때문에 이런 승리가 가능했다. 미국은 왜 이라크전을 벌였나? 자유와 인권을 무시한 정부나 테러 집단은 앞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국민에게 자유를 주었고 인권유린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앞으로 이라크와 같이 자유와 인권이 없는 나라와 독재자도 응징될 것이다. 북한도 인권과 자유를 해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다.

전 세계를 평화로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은 강한 미군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미군은 최신예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민은 많이 희생시키지 않고 독재정부나 테러 원인 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 세계 모든 국민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은 끝까지 이런 정책을 펼 것이다.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는 꼭 찾아낸다. 이번 이라크전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9,000명이나 참전했다. 이들에게는 모두 앞으로 두 달 안에 시민권을 줄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은 이번 전쟁에 1,200명이 참전했다. 이들도 시민권이 없다면 곧 받을 것이다. 아시아계 참전 미군 가운데 특이한 점은 필리핀계 미국인 ‘오제이’가 부상한 점이다.

이 병사는 부상하자마자 사흘 만에 본토로 후송되었고, 내가 직접 병원에 가서 위로하고 시민권을 주었다. 이번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최선을 다했다. 대통령인 내가 끝까지 전쟁을 챙겼고, 미국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앞서 말한 대로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든 끝까지 응징할 것이다.”

이날 부시 대통령을 만난 조병태 회장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질문하려고 했는데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가 5월8일 오후 2시20분경이었다. 오후 1시40분에 시작된 발언이 40여 분 계속되다 이 무렵 끝난 것이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질 법한 이 발언은 이 날 새삼스레 나온 것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런 발언을 했다. 문제는 이 발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북한에 현금 송금 안된다”

부시 대통령의 선제공격론은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인 2002년 6월1일 미 육군사관학교 연설문에 잘 나와 있다. 선제공격론은 단순히 북한을 상대하는 전략이 아니라 9·11 이후 완전히 탈바꿈한 미국의 세계전략 가운데 핵심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50년 동안 미국은 ‘억지력’과 ‘봉쇄’라는 냉전 독트린으로 세계를 경영했다.

이 개념이 정식화된 것이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이 발표한 ‘트루먼 독트린’이다. 9·11 이후 미국은 냉전 독트린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냉전 50년을 지탱하던 트루먼 독트린에 버금가는 이 ‘부시 독트린’이 바로 2002년 6월1일 웨스트포인트에서 발표되었다. 부시의 이 연설문 내용 중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되새겨 읽어야만 하는 대목을 옮긴다.

“화학무기·생물학무기·핵무기의 확산이 탄도 미사일 기술과 함께할 때­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비록 적은 국가와 소규모 집단이라도 대국을 강타할 수 있는 파멸적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적들은 바로 이러한 의도를 선언해 왔으며, 이런 가공할 만한 무기를 추구하는 데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공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려 하고, 우리와 친구들을 해치려 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하여 그들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독재자들의 말을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경건하게 비확산 조약에 서명하고 나서 체계적으로 이를 파기합니다. 만일 우리의 위협이 구체화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지나치게 긴 시간을 허비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우리의 안보를 위하여 여러분이 이끌 군대를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단시간의 예고에 부응하여 세계 그 어느 어두운 구석이라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는 ‘선제공격’(preemptive action)을 준비해야 합니다.”(월간중앙 6월호 324∼329쪽 참조)

다음날인 5월9일 오전, 미주한인 대표들은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 미 행정부 관료들과 한반도 상황과 미주한인 문제에 대한 보충설명을 들었다. 5월9일 오전에는 한국 교민들만 100여 명이 초청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앨린 차우 노동장관이 1시간 정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한인 대표들은 백악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미 연방의회로 들어가 에드워드 로이스(Edward Royce, 공화)·다나 로라바처(Dana Rohrabacher, 공화) 의원, 마크 마닌(Mark Manyn, 연방의회 연구원) 등 미 의회 관계자 3명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날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대부분 북한에 관한 문제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를 먼저 언급했다. 의원들의 발언을 간추린다.

“앞으로 절대 한국은 북한에 현금을 송금하면 안 된다. 미국도 현금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코리안아메리칸들도 북한에 돈을 보내면 안 된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북한에 친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도 돈을 보내면 95% 이상을 북한 정부가 가져가기 때문에 아무 소용 없다. 이런 송금은 북한의 군만 배불리고 악독한 정부에 힘을 준다. 아울러 북한에 투자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의 인민이 투자한 시설로부터 급료로 200달러를 받았다 할지라도 북한 정부가 도로 걷어간다.”

“클린턴 행정부가 김정일 정권 연명시켰다”

다음은 이날 미 연방의회에 들어간 한 미주교포의 발언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미 의회에서는 햇볕정책도 부정적으로 본다. 우리 한국에서는 햇볕정책을 기본으로 해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기본 방향 아닌가.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미 의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Korean two guys’(남북한을 지칭)끼리 해보았는데 결과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로서는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 때문에 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더 늦어졌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지금 현재 북한 정부는 민족공조와 6·15 정신을 강조하고 있고, 남한의 젊은이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것과 반미 정서가 겹쳐 5년 정도 가면 사회주의 통일의 우려도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인식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통일을 이루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img2R다시 의원들의 발언을 간추린다.

“굶어 죽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북한에 인도적 의미에서 식량과 약품 제공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제봉쇄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일단 경제봉쇄 조치로 조이다 북한이 끝까지 버티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발언이 마무리된 뒤 한인 대표 누군가가 “그렇다면 언제 전쟁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답인즉슨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질문에 이어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 미국·중국·북한이 3자회담을 하고 있다. 여기서 많은 진전이 있으면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2주 안에 끝낼 수 있다. 한반도는 이라크보다 전쟁을 벌이기가 훨씬 쉽다. 이유는 한반도는 사막이 없고, 기후가 나쁘지 않다. 또 북한은 양면이 바다이고 휴전선에서 곧바로 밀고 올라갈 수 있다.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부의 최고지도부와 군 지휘부가 최초 공격 목표물이 될 것이다. 남쪽을 공격하는 미사일이 북에서 날아오더라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모두 격추할 것이다. 이라크전 당시 쿠웨이트로 미사일 10발이 날아왔는데 9발을 격추시켰다. 한 발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고, 이 미사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제공권도 미국이 장악할 수 있다. 전쟁이 난다면 북한 주민이 많이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다. 남쪽도 많은 피해가 없을 것이다. 용산의 미군 기지는 곧 평택과 오산으로 옮긴다. 미 2사단도 시간을 보아 곧 한강 이남으로 내려올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한인 관계자는 “그후 미 의회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오프더레코드로 들었는데 미국은 미 2사단이 한강 이남으로 내려가더라도 2사단 주둔 지역에 미국이 투자한 회사와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전쟁을 하더라도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또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고 남쪽에 의한 통일을 바란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은 통일비용 문제도 언급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의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북한과 전쟁하면 2주만에 끝낼 수 있다”

“독일 통일 당시에도 통일비용으로 200억달러 정도가 들었다. 만약 북한이 저절로 무너지거나 전쟁으로 통일이 되더라도 그만한 경비는 서방에서 지원할 것이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한국은 1∼2년 정도는 고생스럽더라도 금방 제 궤도에 올라간다. 어쨌든 김정일 정권은 붕괴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과 의회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조병태 회장은 “우리가 받은 느낌은 경제봉쇄로 북한의 정권을 교체한다는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전쟁이 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백악관과 연방의회에서 느낀 인상은 미국이 북핵 문제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김정일 정권 교체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곧 남북을 하나로 만들 수 있겠구나, 통일을 실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미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미주 한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정확하게 본 것일지도 모른다.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이 내세운 것이 대량파괴무기였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증거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속셈은 이라크의 석유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지는 않지만 몇몇 관리들이 비공개 석상에서 석유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고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방침도 마찬가지다.

5월8일과 5월9일의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발언은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어김없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6월4일 존 볼턴 미 국무부 차관(군비관리·국제안전보장담당)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연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에 관한 공청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책에 대해 증언했다. 볼턴 차관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이라든가 지도층의 생활을 위한 자금을 일본의 범죄조직으로부터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수단도 배제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허용할 수 없다면서도 당장은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핵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면 확산하는 측에 안식을 주고, 미국이나 동맹국의 민간인에게 위험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 차관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외화를 세 가지 방법으로 획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대량파괴무기 판매, 특히 북한은 세계 최고의 탄도미사일 판매업자다. 둘째는 불법적인 마약판매이고 셋째가 일본의 조직범죄 네트워크 등 외국으로부터의 합법적이고 비합법적인 송금이라고 증언했다.

볼턴 차관은 “자금을 조달하는 이 세 가지 루트를 모두 끊고, 단순히 확산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경설명을 하면서 ▷이 세 가지 루트로 북한에 전해지는 외화는 북한의 김정일 독재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엘리트층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 외화를 끊더라도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외화 유입을 중지시키면 김정일 체제를 약화시켜 정권교체로 연결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일본·호주 3국이 마약 밀매와 미사일 수출 등에 사용되는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정선(停船)·나포하는 ‘선택적 해상봉쇄’(selective interdiction)에 착수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결국 북한을 버린다

부시 행정부의 김정일 정권 교체 작전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도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재미 교포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img3L“공화당 의원들은 과거에는 중국·러시아·일본이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러시아도 최근 3년 전부터는 한반도 통일을 시키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일본도 핵을 가지지 않은 남한에 의한 통일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단지 문제는 중국인데, 중국도 남쪽과 무역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남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앞의 표 참조) 북한을 평화적으로 붕괴시키는 데는 실질적으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미국은 이를 위해 상당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것이 안 되면 미국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이런 방침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이 북한에 그리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북한은 이미 수십 년간 이런 봉쇄 상황을 견뎌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봉쇄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의 봉쇄 방침을 승인한다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봉쇄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중국을 설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 대만의 핵무장 카드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일본은 핵무장 직전 단계까지 와 있고, 대만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핵무장을 추진하다 미국의 저지로 가로막힌 바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하는 사안이다.

현재 중국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계획을 국가의 최고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중국과 남북한의 교역 규모를 비교해 보면 중국이 선택을 강요받을 때 어떤 판단을 내릴지 참고가 된다.

서울에 대한 보복공격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불사한다면 서울이 보복공격을 당하는 것이 큰 문제다. 기자는 이 문제를 부시와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교민들에게 물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군의 무기가 워낙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최신예 무기로 선제공격하면 서울이 별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국의 양해 없이 독자적으로 공격한다는 내용이었나?

“그런 질문은 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충격적인 발언 내용을 접한 조병태 회장 등 한인 일행 6명은 이틀 뒤인 5월11일 당시 뉴욕을 방문중이던 노무현 대통령 방미단 중 김희상 대통령 국방보좌관과 만났다. 조회장 일행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코리안 팰러시’라는 한국식당에서 3시간 동안 김보좌관과 만찬을 나누면서 백악관과 연방의회에서 들은 내용을 낱낱이 전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희상 보좌관은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우리도 그 정도는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교민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경청했다고 한다. 조회장은 이날 약속 때문에 오후 2시경 만찬 자리를 빠져나왔으나 곧바로 휴대전화로 김보좌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때가 오후 2시40분경이었다. “대통령에게 보고해야겠으니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조회장은 전화로 다시 20분 정도 백악관 면담 내용을 전해주었다.

이날 저녁 6시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피에르 호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파티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미국의 자유와 인권을 거듭 강조하고 “만약 미국이 없었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 것”이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서 보인 ‘변신’은 이런 정황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처럼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시간표를 그려 놓고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간표는 한반도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2004년 12월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선거 일정에 맞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정권을 부시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위한 제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복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위중한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계속해서 사태를 외면하거나 부인하고 자의적이고 낭만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북핵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정부는 대화 이외의 방법을 생각할 뜻이 없다”며 방미 당시의 발언을 뒤집는 소동을 빚었다.

따돌림당하는 한국 외교

윤영관 외교장관도 6월12일 미국의 대북 봉쇄 문제와 관련 “미국이 (우리나라의) 참여를 요청한 바 없으며 봉쇄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윤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봉쇄 방안은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필요한 물질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구상으로 이해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며 봉쇄·제재에 앞서 베이징(北京) 3자 회담의 후속 다자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대화를 통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고 거기에서 국제적인 다자 회담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윤장관은 “부시 미 행정부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지지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북핵 문제에 따른 ‘맞춤형 봉쇄정책’이나 대북 경제제재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장관이 위증했을 리는 없다. 그러나 미·일은 분명히 북한에 대한 봉쇄를 진행하고 있다. 윤장관 말대로 미·일이 동맹국인 한국에 참여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이는 한국을 따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미국과 일본은 대북 정책을 한국과 상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윤장관이 “미 정부가 대북 경제제재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3년 06월호 | 입력날짜 200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