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제거후 미,북한통치계획 이시우 2005/02/27 250
[긴급입수/미국전문가 히다카 요시키(前 NHK 워싱턴지국장)著] 김정일 제거 후, 미국의 북한 통치 계획
“한국 배제, 美·러·中이 공동관리”
최영재 월간중앙(cyj@joongang.co.kr)
부시 대통령은 지금 북한을 폭격하여 김정일을 축출하고 북한 정부를 무너뜨린 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골치를 썩이고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전제국가로, 지도자인 김정일이 없어지면 국가로서 존속마저 어렵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반도를 하나의 나라로 통일시켜 평화적인 상태를 만들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을 멸망시키고, 한국에 병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945년 일본이 한반도에서 물러나고 한반도가 독립되었을 때, 미국은 한국의 후원자가 되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는 국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소련의 스탈린이 이에 반발해 김일성을 지도자로 하는 공산주의 국가를 만들어 냈다.
스탈린은 김일성이 북한의 독립투사로서 북한을 창립했다고 선전했는데,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은 그 후의 역사가 보여준다. 이에 대하여 다음에 조금 더 상세하게 말하겠지만, 1945년 미국이 한국을 만들었을 때부터 한반도의 정세는 미국이 바라던 대로 진척되지는 않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남북 간에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었고, 그 후 50년 간은, 두 나라로 분열되어 있다. 소련이 사라진 지금, 북한을 붕괴시킨 다음 미국이 해야 할 것은 북한을 한국에 병합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한국전쟁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부시 정권 들어서는 북한과 한국을 한 나라로 통합시킬 생각은 아주 없어져 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든든한 친구였던 한국이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오랜 기간 한국을 지켜온 주한미군에 반대하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이다. 부시 정권은 이미 한국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부시 정권의 수뇌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2003년, 한국 사람들은 반미주의로 굳어져 버렸다. 미군에 반대하여 미국을 혐오하였다. 그 리더가 노무현 한국 대통령이다. 한국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의 적국이 되었다.”
합병시키고 싶지 않은 북한과 한국
2003년 미군 병사가 저지른 장갑차 사고를 계기로, 반미운동은 급격히 가속화했다. 한국인을 치어 죽인 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격렬했다. 오랫동안 서울의 중심지를 점령하고 있는 주한미군에 대한 울분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한국 내의 반미감정이 고조된 결과 심정적으로는 북한에 가까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를 미국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 사람들은 이제는 미국의 적이다. 북한을 공격하고 김정일을 축출해 북한 정부를 무너뜨린 다음 북한을 한국에 병합시키는 일 따위는 당치도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950년 6월25일, 북한군이 한국에 침입했을 때 이를 물리친 미군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3년 간의 전쟁에서 미군이 낸 사상자는, 모두 13만명을 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은 100만명을 넘는 전사자를 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은 5년 간에 걸쳐 광대한 지역에서 싸웠다.
한국전쟁은 한국을 위해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른 전쟁이었던 것이다. 그 적은 북한과 중국이었다. 미국이 1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지킨 한국이 지금 북한에 대하여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함께 싸운 미국의 기지에 대한 투쟁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미국 사람들은 맹렬히 분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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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미국에는 사회의 제1선에서 일하고 있는 당시 장병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전우들이 한국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 사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하여 붕괴시킨 후 한국에 병합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시 정권의 한 수뇌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북한 정부를 붕괴시킨 다음, 북한을 한국에 병합시키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군이 북한을 군사 점령해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될지 모른다.”
북한을 미군이 점령하게 되면 해병대 1개 사단과 육군 2개 사단 등 모두 10만명의 전투부대가 북한 각지에 주둔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군의 장갑차라든가 전차가 북한 각지를 돌아다니고, 미군의 항공 부대가 북한의 공군기지에 주둔할 것이다.
그러한 미군의 군사 점령에 대하여 북한측은 반격할 힘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만 미군의 북한 점령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곳은 중국과 러시아다. 특히 중국은 국경지대까지 미군이 전개하게 되면 중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시작하지나 않을까 하는 강한 의혹을 가질 것이 틀림없다. 러시아는 그다지 많지 않은 지역을 북한과 맞대고 있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지역은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 북한에 미군이 주둔한다는 사태가 재미있을 리 없다.
역사의 전례를 보더라도 미국은 ‘식민지를 갖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에 대하여 미국은 필시 중국·러시아 등 3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관리하자는 제안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적”
이러한 제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검토가 있었을 리 없다. 그렇지만 현실문제로서, 미국은 북한을 한국에 병합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너진 북한을 누군가 떠맡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미국만으로 부친다면 중국·러시아와 함께 공동 관리하는 방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부시 정권은 일본이 유효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만큼 자위대가 북한을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은 미국의 우호국이 아니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 보면 미국·중국·러시아가 북한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의미에서도 가장 있음직한 체제라는 것이다.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워싱턴의 저널리스트들과 대화한 적이 있다. 이 저널리스트들은 미국에서도 누구라고 하면 알 만한 사람들인데, 광신적 국수주의자도 우파도 아닌 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때 내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테마는 ‘한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것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한결같이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한 저널리스트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이상으로 미국을 적대하고 있다. 미국의 적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많은 미국사람들이 이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혐오당하는 것은 3가지의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원래 반미(反美)적 정치가며, 한국의 반미 세력을 결집하여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는 같은 반미(反美)라도 독일의 슈뢰더 총리와는 크게 다르다.
슈뢰더 총리는 독일의 진보 세력인 독일사회민주당의 리더이고, 평화주의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슈뢰더 총리가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것은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측면도 있지만 선거중이어서 독일의 반전그룹, 평화그룹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슈뢰더 총리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싫어할 까닭이 없고, 반미 자세를 선명히 하고 있는 좌파에 속해 있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수뇌부는 슈뢰더가 정치적 지지를 모으기 위하여 잠시 반미적 태도를 취했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전혀 거꾸로 된 모양이었다고 부시 정권은 생각한다. 즉,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 세력과 잠시 타협한 것이 아니라 국내의 반미 세력을 결집하여 미국과 대립하기 위해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고 부시 정권은 보고 있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반미 세력에 영합하여 추대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 세력을 확대 결집하여 미국과 싸우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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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워싱턴에 간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은 외교상의 의례에 따라 정중하게 영접했다. 부시 대통령과 회견도 있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보인 상냥함은 전혀 나타내지 않고, 한 번도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가 명백했다.
부시 정권을 위시하여 미국 정부의 지도자가 북한의 김정일을 적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또한 적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와서 반미운동을 비판하고 미군 기지는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지만, 부시 정권의 지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전혀 신용하지 않는다. “표면을 감싸기 위해 미군기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미국 사람들의 마음 깊이 상처를 주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 미군은 한국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피를 흘렸다. 미국의 텔레비전은 매일, ‘M·A·S·H’라는 오래 된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다. 한국전쟁시대 전선에서 부상병들의 치료를 맡은 군의관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에서 회마다 빈사상태의 병사들이 운반되어 오는 장면이 있다. 미국 사람들은 10만명 이상의 젊은 생명을 앗아간 전쟁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죽음을 노무현 대통령이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에는 비즈니스 때문에 미국과 우호 관계를 가지려는 사람들도 많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근소한 표차로 뽑힌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 세력을 싸고 돌고, 이런 세력에 힘입어 대통령에 뽑혔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의 사고방식은 준엄하다. 미국 사람들 시각에서는 대통령은 한국 국민의 의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적인 자세는 선거운동의 하나였다”고 해명하지만, 부시 정권은 원래 반미적이던 그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을 반미 세력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고, 북한이 반격하여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파를 인솔하고 미군에 맞설 것으로 믿고 있다.
나는 2003년 4월 서울을 방문하여 한국의 젊은이들과 미국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2∼3개월 전의 반미적 기세가 없어지고, 미국에 대한 적대심도 가라앉은 듯했다. 하지만 속마음에는 미국에 감사하는 기분도, 동맹국이라는 생각도 희미해 보였다. 어떤 젊은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한미군은 필요합니다.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또 어느 한국인은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은 두렵습니다. 북한 핵무기도 두렵습니다. 미군이 북한의 침략을 막고 있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뭉개버릴 까닭이 있습니까.”
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김정일을 독재자라고 생각하고,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알지만, 결정적으로 증오할 기분은 아닌 것 같았다. 어느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족인 우리를 핵무기로 공격하지는 않겠지요.”
이렇게 대답한 젊은이가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어쨌든 같은 민족인 김정일과 북한을 마음으로부터 미워하는 것은 불가능한 듯하였다. 예를 들면 탄압정치를 계속하고 있더라도 탄압받는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기 때문에 얼른 이해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 중에는 마이크가 멀리 있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한 이도 있었다.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없지만, 같은 민족인 김정일이 핵무기를 만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미국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그러한 젊은이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렇게 말하는 젊은이를 부추기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도와줄 까닭이 없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형세다.
이제는 한반도를 지킬 필요가 없는 미국
반세기에 걸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기본은 한반도에서 한국을 지키는 것이었다. 냉전시대의 ‘봉쇄’ 정책이다. 미국은 소련·중국·북한을 삼엄하게 감시하였고, 이 3개국이 외부를 침략하는 일이 없도록 방위해 왔다. 가장 위험한 우방이 북한과 접한 한국이었다. 한국이 북한의 압력에 굴하여 공산화되면, 미국은 봉쇄 정책에 실패한 것이 된다.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이 차지하는 지역을 늘려서는 곤란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인도차이나 반도에도 적용되었다. 남베트남이 공산화되면 동남아시아 전체로 공산주의가 퍼질 것을 우려해 미국은 정글에서 싸움을 계속한 것이다. 이 베트남전쟁에서 실패한 다음 미국은 한반도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아시아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나 버렸다. 미국은 북한이나 중국·소련을 봉쇄할 필요가 없어졌다. 소련은 러시아로 이름을 바꾸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아직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크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를 확대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 공산주의를 확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가운데 북한만 한국을 공산화할 의지를 계속 갖고 있다.
그래서 위험한 것은 북한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과 대항하여 한국을 돕는 것이 미국 극동전략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미군은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을 제1선으로 하여 그 배후에 미 해병대와 공군, 제7함대를 배속시켜 북한에 대비해 왔다. 북한의 침략에 대한 대비가 극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전략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돌연, 필요 없게 되어 버렸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지킬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북한을 공격하기에 앞서 주한미군을 철수해 버리는 것은 그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동시에 주일미군, 주일미군기지, 일본 안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약속도 미국으로서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방위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의 군사정세를 일변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일본의 방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주일미군과 주일미군 기지는 한국을 방위하고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은 반세기 동안 지켜온 한반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주일미군과 미일안보조약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미국으로서도 실은 어려운 문제다. 내 예상으로는 결국 한반도는 미군과 중국군 그리고 러시아군이 공동으로 지배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일본으로서도 중대한 변화다. 위기가 온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과 한국
미국은 김정일과 노무현을 미국에 적대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지금 일본 사람 감각으로도, 극히 기묘한 일로 생각된다. 다만 1945년, 일본이 물러난 이후의 한반도 역사를 분석하면, 북한과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같은 뿌리를 가진 존재다. 무엇보다 이 표현은 1945년 이후 한반도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기묘하게 들릴 것이다. 한국은 미국정부가 지원하는 민주적인 나라이고, 북한은 지난날의 소련이 뒷받침한 전제국가였다. 밖에서 보면 두 나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미군을 필두로 한 연합군에 항복하고 당연히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일본이 없어진 다음 코리아는 독립국가로 존재할 것으로 보였다. 미국의 맥아더 사령부는 원래 한반도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코리아가 독립국가가 되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미군 관계자가 내 방송 프로그램에서 분명히 말했는데, 맥아더 사령부의 수뇌부는 코리아를 일본 큐슈(九州)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따라서 코리아가 독립국가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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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에 대하여 더욱 자세하게 말할 여유가 없지만, 여하튼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철병한 다음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중국을 거점으로 하여 활동해온 한국공산당이었다. 한국공산당 관계자는 중국으로부터 속속 서울로 돌아와 새로운 공산국가를 수립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본을 점령하고 있던 미군의 맥아더 사령부는 무엇보다 공산주의 국가를 한반도에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이 때문에 공산 세력들은 미군의 탄압을 피하여 평양으로 달아났다. 그 때 움직인 것이 소련의 스탈린이었다. 스탈린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조선노동당이라는 조직을 만들게 해서 새로운 공산국가를 설립했다. 그 때 지도자로 데리고 온 것이 무명의 젊은 사나이로, 그 사나이를 일본에 대하여 게릴라전을 감행한 김일성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측은 매우 당황했다. 소련이 가짜든 진짜든, 혁명 게릴라를 지도자로 북한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여 미국도 한반도에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한국 독립운동을 위하여 활동하던 학자이자 변호사였던 이승만을 한국의 지도자로 지명하고, 미군 비행기로 서울로 데려왔다. 이 때의 모습을 한국의 자료는 ‘자신이 없는 듯한 학자가 미군 뒤로부터 주뼛주뼛 나타났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때의 이승만은 미국 정부가 데려온 아주 검소하고 두드러지지 않는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합법적으로 한국 정부를 만들기 위해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뽑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국민선거를 하였는데 지지는 아주 낮았다. 그 상황을 보고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한국을 공격하라고 명하여 한국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이승만을 한국의 지도자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도 가짜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과 북한은 도대체 무엇인가. 미국과 소련이 만들어낸 국가 아닐까. 게다가 각각의 지도자는 또한 미국과 소련이 마음대로 세운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반도에는 고려와 신라, 백제라는 3개국이 존재하였고, 조선 민족이 존재했다. 다만 일본이 물러난 1945년 이후의 한반도의 상황은 국제법상에서 보더라도 극히 이례적이다. 즉, 조선 민족이 오랫동안 존재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현재의 한국과 북한이라고 하는 두 개의 정부는 조선 민족이 독립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미국 정부나 소련 정부도 충분히 알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두 나라를 존속시키는 것이 쌍방의 국제전략에 필요했고, 냉전이라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보면 도대체 이 두 나라가 국제 상식으로 보아 국가인가 하는 의문조차 나온다. 아시아의 다른 예와 비교해 보자. 미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봉쇄전략을 취해 남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세워 가톨릭 교도인 고 딘 디엠을 지도자로 만들었다. 그 다음 고 딘 디엠을 선두로 북베트남에 싸움을 걸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친미국가를 확립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도차이나 반도 사람들은 고 딘 디엠이 미국 정부의 괴뢰일 뿐 건국 지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미국이 무너뜨리려고 한 북베트남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국의 아버지 호치민이 만들어낸 나라였다.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 호치민을 가진 북베트남에 대하여, 고 딘 디엠의 남베트남을 세워 싸움을 걸었지만 오랜 투쟁 끝에 패했다. 미국의 힘으로도 고 딘 디엠과 남베트남을 정당한 국가로 확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본의 위기는 김정일 제거 후 찾아온다”
지금 한반도는 아주 특이한 상황에 있다. 한국은 미국이 제2차 대전후 급조한 국가다. 북한은 스탈린이 만든 낡은 공산국가로, 쌍방의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건국의 아버지라고 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냉전의 논리가 사라진 지금 미국은 한국을 도울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한반도는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혼란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거기에 러시아가 군사력으로 한반도를 관리하는 상태는 일본으로서는 극히 위험하다. 일본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한반도에 러시아 군대가 들어오는 것이다. 모양상으로는 미국도 함께 행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미국이라는 무게가 존재하고는 있다. 따라서 한반도는 미국의 힘 아래 놓여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참가하는 이상 한반도 전역을 미군과 중국군, 거기에 러시아군 장갑차와 전차가 질주해 돌아다니고, 하늘에는 이 세 나라의 비행기가 날아 다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이 당장 일본의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의 위기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 버린 다음에 찾아온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로 위기의 상태를 오래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반도가 평화를 찾고 독재자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 국민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국민은 지금도 50년 동안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노바크가 재미있는 말투로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도 50년 전 젊었을 때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과 싸웠다. 지금은 저널리스트로서 중국이라든가 한반도 문제를 보도하고 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미군이 한반도에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 기분이 든다.”
미군이 50년 동안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산주의 국가를 봉쇄하는 전략이 미국의 안전에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정일이 전복되어 북한의 낡고 전제적인 탄압이 없어지면 미국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을 철수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나는 그 경우 일본이 위험하다고 본다. 이는 미군이 물러간 다음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한반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군과 러시아군의 한반도 관리가 어떠한 형태로 시행될 것인가는 극히 예측하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3국 관리의 시행 방법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지배하게 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먼저 일어날 것은 명백하다.
많은 러시아 마피아가 한반도로 들어와 해안선에서 일본해를 건너 일본으로 찾아온다. 지금도 북한의 작은 배가 일본에서 밀수를 하기도 하고 북한인을 불법 입국시키기도 하지만, 러시아 마피아의 일본 침입은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될 해를 미치게 될 것이다. 러시아 마피아 이상으로 일본에 위험한 것은 중국의 지하 조직이다. 중국의 지하 조직은 북한의 수백 배나 되는 규로로, 마약이라든가 위폐, 범죄자, 불법 입국자들을 일본으로 들여보낼 것이다.
나는 NHK에서 근무하던 시절 맥아더 사령부와 전후 일본에 대한 특별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 일이 있다. 그때 맥아더 사령관의 비밀 공작부대였던 캬논 기관의 책임자 제크 시 캬논 중령과 인터뷰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방대한 양의 마약과 비밀 공작자금으로 금궤를 일본에 들여보냈다. 마약은 언제나 붉은 용을 붙인 작은 포장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마약은 중국으로 되돌려 보냈지만, 금궤는 그대로 받았다.”
중국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게 되면 중국의 지하조직은 한국의 국경이라든가 항만을 경유하여 일본으로 침입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일본은 언제나 그러한 상황을 우려해 왔다. 메이지 시대 일본의 지도자는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는 한국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런 ‘정한론’(征韓論)이 무성했다.
결국 일본은 1894년 청국과 싸웠고, 그 영향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본의 안전을 유지하였다. 한반도 사람들은 일본이 한반도로 침입하여 식민지화했다고 비난하며 지금도 그 증오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의 일본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안전 보장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해 한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힘이 한반도를 석권하게 되면 1900년 무렵 개국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일본은 커다란 위기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김정일을 제거하고 북한을 무너뜨린 다음 미국 대륙으로 후퇴해 버리면 다시금 같은 위기가 일본으로 몰려올 것이다. 일본의 위기는 독재자이며 용서할 수 없는 전제군주인 김정일이 없어진 다음에 찾아온다. 역사적으로 봐서 일본의 지도자는 ‘한반도 문제는 일본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는 한국사람들의 경제라든가 생활, 내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상황이 일본의 안전에 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미국 군사력의 우산 아래 보호받으며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일본이 이룬 이 번영과 안전은 미국이 한반도에 주둔하여 중국과 소련의 영향력을 막아준 데 크게 힘을 입었다. 그렇지만 일본 지도자와 국민들은 그 사실을 잊고 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미국의 군사력으로 한반도의 안정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한반도가 일본의 안전에 미칠 중요한 영향을 잊어버리고 있다. 일본의 지도자와 국민들은 김정일 다음에 일본의 위기가 찾아온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월간중앙 2003년 09월호 | 입력날짜 200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