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기지 이시우 2005/02/27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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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전재] 북한 미사일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미사와 극동美軍전략기지의 正體
일본 SAPIO誌 2003년 11월12일자

미사와 기지의 정보 수신 통신시설, 그 상징은 <코끼리 코>라고 부르는 직경 330m의 거대한 안테나다.

직경 330m 안테나로 東北亞 전역 盜·監聽

그날밤 그는 또 바그다드 상공에 있었다. 방풍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이라크의 수도는 여전히 장난감 상자를 뒤엎어 놓은 것 같은 소동이었다. 빌딩의 옥상에서 끊임없이 발사되는 기관포, 문득 생각난 듯 쏘아 올리는 지대공 미사일, 민병들이 두려운 나머지 난사하는 소총…. 지상에서 창공으로 뻗은 오렌지색 기둥의 정체는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는 화염의 탄막을 누비듯 심하게 기체를 흔들었다. 그리고 급강하했다. 기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전까지 러시아제 미사일을 맹렬하게 쏘아 올리던 이라크 육군 지대공 미사일 사이트였다. 그는 조종간에 붙어 있는 발사 버튼을 조용히 눌렀다. 날개 밑에서 함(HARM)이라고 불리는 특수 미사일이 흰 연기를 뿜는다. 함은 상대방의 레이더파를 겨냥해 지상으로 일직선으로 돌진한다. ‘번쩍!’ 섬광이 일어난다.

‘표적 파괴됨.’(Target Destroyed)
그는 멀리 떨어진 상공에서 그 모습을 상세하게 감시하고 있는 E3 경계관제기에 냉정하게 보고한다.

미군 ‘미사와’(三澤) 기지의 F16 전투기 파일럿이 이라크 전쟁 당시 바그다드 상공에서 체험했다는 전투의 한 장면이다.

이라크전쟁에서 미사와 기지의 역할은 전쟁 초기에 적의 방공망을 제압하고 제공권을 획득한다는 SEAD라고 불리는 선도역이었다. 그 때문에 미사와의 제35전투항공단(40기)에서 파견된 F16 6대가 항공작전 첫날인 3월20일(현지시간)부터 수도 함락까지 3주간 매일 밤 일본 미사와에서 바그다드까지 출격을 계속했다. 이는 스텔스 기능이 없는 항공기로서는 바그다드 상공에 최초로 참가한 전투부대였다.

미사와 기지의 F16이 공중폭격의 핵심을 맡은 이유는 간단했다. SEAD라는 특수임무를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항공단이 미 공군에 5개밖에 없고, 그 중에서도 미사와가 중동에 가장 가깝다는 것 그리고 미사와가 이라크에서 싸우는 방식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 남북에서 감시비행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 단골 손님이 미사와였다.

SEAD 부대의 별명은 ‘와이드 위즐’(wild weasel : 야생 족제비)이다. 그 약칭인 ‘WW’를 꼬리날개에 그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곳은 미 공군에서 미사와뿐이다.

‘핵공격기지’로 사용되었던 냉전기

미사와의 특수임무는 지금 시작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음에 일어날 전쟁은 핵전쟁밖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미·소 간에는 핵개발 경쟁이 치열했다. 그 가운데서 미사와의 임무는 소련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 그리고 북한의 공산군을 목표로 한 핵 공격이었다.

사용하는 핵은 전술핵으로, 당초에는 히로시마형 원폭의 5배 폭발력을 지닌 MK 7(70kt)을 상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히로시마형의 70배에 해당하는 MK43(1Mt)까지 격상되었다. 유사시에는 미사와로부터 전투폭격기 40대가 동체 밑에 각각 한 개의 핵폭탄을 적재하고 특공에 가까운 편도공격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이때 사용된 기체는 F16보다 2~3세대 전 기종인 F84G와 F100D였다. 파일럿들은 미사와 기지의 북쪽에 있는 덴모리(天森) 사격장에서 전선에 닿을 듯한 15m라는 초저공을 시속 900km로 빠져나가 핵폭탄을 투하하는 맹훈련을 반복했다.

덴모리 사격장에는 직경 50야드(약 45m)의 원을 그린 ?표적이 설치되어 있으며, 1야드(약 0.9m) 단위로 명중 정확도를 계측하고 있다고 한다. 한창 때에는 1년에 3,000발의 모의 핵 폭탄이 투하되었다.

모두 긴급전쟁계획(EWP), 뒤에 단일통합작전계획(SIOP)으로 불린 세계적 규모의 핵전쟁 계획에 준하는 것이었다. 미사와 외에 ‘이루마’(入間, 사이타마현) ‘이타스케’(板付, 후쿠오카현)라고 불리는 미 공군 기지도 이 계획에 편입되어 있었다.

이러한 주일미군의 핵 운용 실태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상세히 밝혀진 것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나는 미 공군 기밀문서와 당시의 파일럿 인터뷰를 참고로 취재를 계속했다. 세부적인 것은 졸저 ‘미군 비밀기지 미사와’(同時代社)를 참조하기 바란다. 미사와를 비롯한 일본 열도가 핵 출격 기지로 쓰인 사례는 오키나와(沖繩)가 반환된 1972년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일본에는 핵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미군이 만들어낸 교묘한 속임수(trick)가 있다. 미사와를 필두로 한 출격 기지에 보관하고 있는 것은 핵 물질을 뺀 ‘컨포넌트’라고 불리는 폭탄 본체다.

핵폭탄의 핵심인 ‘코어’라고 불리는 핵 물질은 최종 단계에 미 군정 하에 있던 오키나와·가데나 기지로부터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핵 물질이 장진되어 있지 않는 이상 핵폭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논리였다. 비핵 3원칙은 모양뿐이었던 셈이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2분 안에 탐지

img2R미사와의 특수성은 극동 최대의 정보 수집 기지라는 점에도 있다. 그 상징은 ‘코끼리 코’라고 불리는 거대한 원형 안테나다. 이 안테나의 직경은 330m에 이른다. 이 안테나 곁에는 직경 10m가 넘는 파라볼라 안테나 14기가 솟아 있다.

이것들이 종합적인 기능을 하는데, 극동러시아·중국·북한의 군사 통신은 물론 모스크바의 차량전화까지 감청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능력을 증명한 것이 1998년 8월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사건이었다. 미 태평양군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미사와 기지가 확인한 것은 발사로부터 불과 2분 안팎이었다. 이를 포착한 여성 요원은 그 공적으로 ‘그 해에 가장 활약이 큰 공군 정보병’으로 선발되었다. 이는 F16에 의한 SEAD 임무 외에도 미사와 기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증명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최근에 들어 주목받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비밀 통신감청 시스템 ‘에쉬론’이다. 그 실태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지만 기업이나 일반시민의 휴대전화, 팩스까지 표적으로 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말하자면 국가적 규모의 스토커 행위인데, 그 거점 가운데 하나가 미사와 기지다.

군사통신에 정통한 전 아키타 대학 사토 히로히토(佐藤裕二) 교수는 “14기의 파라볼라 안테나 중 4기가 에쉬론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동의 미군 가운데서 긴 팔과 다리 역할을 하는 F16. 여기에 예민한 귀 역할을 하는 정보 수집 시설이 더해져 미사와라는 거인이 움직이는 것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수석보좌관이자 일본통으로 알려진 로빈 사코다는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문제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동아시아에는 정치적 불확정 요소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기지가 장래에 중요성이 높아지는 일은 있어도 낮아지는 일은 없겠지요.”

미국에 중요한 전략 기지는 여름밤의 가로등불과 같이 보복 공격과 테러를 끌어들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포동 미사일이 낙하된 곳은 미사와의 바깥바다 태평양이었다. 즉, 북한은 ‘언제라도 미사와에 탄도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미국에 ‘경고’한 것이다.

또,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안에는 주일미군기지 특히 미사와를 육탄공격의 표적으로 한 결사대가 있다는 사실을 탈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전 간부가 증언한 바 있다. 김정일은 ‘미사와 공격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왜, 북한은 미사와를 눈앞의 적으로 생각하는가.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미사와의 F16이 10년 이상 연일 반복해온 비행 훈련이 북한에 대한 정밀폭격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핵 임무에 띠고 있던 1950년부터 미사와의 목표물은 소련·중국·북한이었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중국이 우호국이 된 지금 남은 적은 북한밖에 없다.

만약 제2차 한국전쟁이 터진다면 미국의 하이테크 군단에서 가장 선봉에 서는 부대는 SEAD 부대이자 한반도 지형을 꿰고 있는 미사와의 F16 편대가 틀림없을 것이다.

2003년 12월호 | 입력날짜 200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