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 프럼의’惡의 종말’ 요약 이시우 2005/02/27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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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전재] ‘테러와 전쟁’을 위한 지침서
유대인 네오콘의 두 核心 리처드 펄 & 데이비드 프럼 共著 「惡의 종말」 다이제스트
외부기고자 요약정리·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kimsphoto@yahoo.com)

‘테러와 전쟁’을 위한 지침서/대량파괴무기를 수출하는 선박을 국제공조로 나포하는 PSI 훈련.

“북한이 핵무장 고집할 경우 완전봉쇄 뒤 선제공격하라”

■ “테러와 전쟁에서 프랑스는 우방 아니라 敵”
■ “알 카에다의 북한 핵무기 구입은 한반도 핵전쟁보다 위험”
■ “중국은 대북 지원 부담 덜려고 북 공갈정책 은근히 반긴다”
■ “북한에 단돈 1달러도 그냥 줘서는 안 된다”
■ “미군 재배치 뒤 북한을 봉쇄, 선제공격해야”
■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공책 비난할 수 없다”
■ “미 테러전쟁 가로막는 유엔 헌장 개정해야”

흔히 네오콘(neocon, 신보수주의자)로 일컬어지는 부시 행정부 강경파들의 화두는 ‘테러와 전쟁’이다. 유엔 결의안을 거치지 않은 3·20 이라크 침공도 그들의 시각에서는 테러와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일 뿐이다. 리처드 펄과 데이비드 프럼은 유대인 출신의 네오콘 맹장으로, 미 네오콘의 집합처인 미국기업연구소(AEI) 핵심 멤버다.

이 두 사람이 최근에 펴낸 공저 ‘악(惡)의 종말 : 테러와 전쟁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는 선제공격과 일방주의에 바탕한 미국의 세계 지배 패권론을 내세운다. 펄과 프럼은 머리글에서 이 책을 가리켜 테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안내서’(manual for victory)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즈음 미국에서는 이 책이 부시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교과서처럼 읽힌다.

미 국방부 자문위원(전 국방자문위원장) 리처드 펄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군사정책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지닌 막후 실력자다.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측근으로,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국방차관보(국제안보정책 담당)를 지냈다. 국가안보에 관한 한 초강경 논리를 펴온 까닭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사탄’(Prince of Darkness)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부시 행정부 출범 뒤 국방자문위원장직을 맡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의 핵심 측근 역할을 했다. 이권개입 스캔들로 말미암아 공직자윤리규정을 어겼다는 혐의로 2003년 3월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럼스펠드 국방의 배려로 위원직은 그대로 갖고 있다.

데이비드 프럼은 전 백악관 대통령의 경제 분야 스피치 라이터 출신이다. 2002년초 부시의 국정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 참여했다(프럼은 연설문 초안에 ‘axis of hate’라고 썼고, 그의 상관인 마이클 거슨이 초안을 다듬으면서 ‘hate’를 ‘evil’로 고쳤다). 백악관을 떠난 뒤인 2003년 1월 ‘올바른 남자’(The Right Man)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프럼은 부시를 외부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했다.

‘악(惡)의 종말’에서 유대인 네오콘 펄과 프럼의 눈에 비친 미국의 현실은 국가안보 위기 상황이다. 알 카에다·헤즈볼라·하마스를 비롯한 테러 집단들, 그리고 이들을 뒤에서 후원하는 이란·시리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이 미국과 우방국인 이스라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야심을 하루빨리 분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오콘인 그들의 판단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 프랑스는 테러와 전쟁에서 우방국이 아니라 적국(敵國)일 뿐이다.

펄과 프럼은 특히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강공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울러 중국이 적극 나서서 북한의 핵 무장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책임론’을 강조한다. 이들은 북한이 핵 무장을 고집할 경우 ▷북한을 완전 봉쇄해 남북한끼리의 왕래도 막고 ▷주한 미군의 재배치 작업을 가속화하고 ▷북한 핵 시설물들을 겨냥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주장한다.

끝으로 이들은 21세기의 미국이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만큼, 한 국가의 무력 행사를 ‘외침(外侵)을 받을 경우’로 못박은 유엔 헌장을 개정하고, 선제공격 전략으로 테러와 전쟁에서 무조건적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펄과 프럼을 비롯한 네오콘들은 콜린 파월 미 국무를 정점으로 한 부시 행정부의 온건파와 대외정책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이뤄 왔다. 그들은 또한 미 보수파들과도 치열한 논전을 펼쳐 왔다. 부시 대통령이 매주 탐독한다는 미 시사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논조는 미국내 보수파와 온건파를 싸잡아 공격하는 논조로 가득하다. 이에 맞서 패트릭 뷰캐넌을 비롯한 미 보수파들은 “미 대외정책이 유대인 네오콘들에게 납치당했다”며 사뭇 비판적이다.

미국내 한 비평가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예찬한 펄과 프럼의 이 책을 두고 ‘카우보이 제국주의’(cowboy imperialism)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1세기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 초강국인 미국내 강경파의 대외정책 논리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꼼꼼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우리 미국인들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테러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러 측면에서 그것은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알 카에다·헤즈볼라·하마스는 여전히 테러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모아지는 성금이 그들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벵갈에서 브루클린에 이르기까지 회교 성직자들은 지하드(jihad, 성스러운 전쟁)를 설교하고 있고,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중이다. 30년 독재와 학살 끝에 사담 후세인 체제가 이라크에서 무너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테러를 지원해온 후세인 체제를 중동 지역에서 제거한 것은 미국의 큰 승리다.

그렇지만 우리 미국이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모자란 편이다. 프로이센의 전략가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200년 전 그의 ‘전쟁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 단순하다(승리하느냐, 아니면 패배냐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것이 어려운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 전쟁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조건들은 단순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들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갖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그들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 아울러 반미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정치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테러를 대미 저항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슬람 과격주의를 비롯해 테러리즘을 정당화하는 극단적 이데올로기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이 비협조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미국은 실망했고, 나아가 분노를 느껴 왔다. 지난 동서 냉전시대에 미국은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소련의 침공에서 유럽을 지키려고 애써 왔다.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테러와 전쟁이 단지 미국의 정치문제쯤으로 여긴다.

“프랑스는 우방국이 아니라 적국”

img2R이들 국가는 이라크·이란·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알 카에다·하마스·헤즈볼라를 비롯한 테러 조직들과 깊이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그리 주의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국가들은 오히려 미국이 압력을 가해야 할 국가는 이스라엘이라고 여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대외정책은 테러 집단들에 대한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이나 다름없다.

특히 프랑스가 문제다.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후세인의 가장 강력한 후견인처럼 행동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아프리카의 옛프랑스 식민지 국가들에 뇌물을 먹여 미국의 유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부추겼다.

시라크 대통령은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할 경우 유럽연합(EU) 가입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에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려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 프랑스는 테러와 전쟁에서 미국의 우방국이 아니라 적국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파리와 워싱턴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무엇보다 먼저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파괴해야 한다. 세계 최초의 이슬람공화국인 이란과 지구상 마지막 스탈린 국가인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만들려고 서로 공조해 왔다. 때로는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몇 개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핵무기 보유 국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두 국가는 미국에는 엄청난 안보 위협이므로 단호히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아울러 미국은 시리아·이란 등 테러 지원 국가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북한 핵무기가 알 카에다에 팔린다면…’

흔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선택사항들은 다 좋지 못한 것들뿐”이라고 말한다. 눈앞에 다가온 핵 위협에도 좋지 못한 정책을 펴는 것은 굶주린 자에게 상한 음식을 주는 것과 같다.

여건이 좋지 못한 데는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한국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24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 산등성이에 대포와 미사일 진지들을 구축해 놓았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그런 무기들을 쏘아댄다면 그 즉시 미 정찰기가 발사 지점을 알아낼 것이고, 미군과 한국군의 미사일이나 전폭기들이 그 진지들을 곧 파괴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군 진지가 워낙 널리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포격은 여러 시간 동안, 아니 며칠 동안 이어질 것이고 한국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은 그런 피해를 두려워하기에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한국과 미국은 커다란 입장 차이가 있다. 한국은 북한을 달래려는 유화정책을 선호한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같은 동족이 사는 남쪽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서울 당국은 김정일을 달래는 일에 미국과 일본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은 입장이 다르다.

북한 핵무기가 알 카에다나 다른 테러 집단에 판매된다면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전쟁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는 일본도 북한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매우 위험한 일로 판단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는 확실한 길은 전쟁 대비를 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미국이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최대 원조국이지만, 북한 정권과 군부의 버팀목은 중국이다. 중국이 김정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군수산업을 유지하는 석탄을 대주고, 북한의 미사일 연료를 대 준다.

아울러 북한군의 식량을 만드는 데 쓰이는 비료를 대준다. 미국과 한국·일본이 북한을 봉쇄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출구가 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위기에 내몰릴 경우 김정일은 중국으로 도피할 수 있다.

6·25에 이은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 북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고 서울의 민주 정권이 한반도를 통일한다면 중국 지도자들은 아마도 우리 미국보다 더 반길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런 형태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 야심을 지속적으로 꾀해 나가기 어렵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국은 북한 핵 동결에 중국이 적극 나서도록 거듭 요청해 왔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핵 개발에 관한 한 중국은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듯 보인다. 김정일이 중국 바로 이웃에서 전쟁을 일으킬 엉뚱하고도 위험한 인물로 여겨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의 골칫거리인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북한에 단돈 1달러도 줘서는 안 된다”

img3L클린턴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김정일에게 압력을 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와 다른 점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으려고 뇌물(bribery)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안의 일부 세력은 그런 강경책을 뒤집으려고 한다. 그들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회고록 ‘여장관’(2003년판)에 남긴 대로 “2003년의 대북한 문제 해결책은 1994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해결책이란 곧 ‘뇌물’이나 다름없다(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해마다 50만t의 중유와 두 개의 경수로를 지어 주기로 합의했다. 저자 펄과 프럼은 이를 ‘뇌물’이라고 비판하면서, 큰 줄기에서 올브라이트 전 국무의 대북 협상 정책을 이어가려는 파월 미 국무를 비롯한 부시 행정부내 온건파를 공격한다-역자주).

김정일은 지금껏 미국을 속여 왔다. 김정일은 서명하고 나서 속인다. 속이다 들통나면 패를 내놓지 않고 있다가 또 다른 협정에 서명하고 다시 속이려고 든다. 그런 가운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계획을 계속 가동해 왔다. 북한에 수백만 달러어치 물자를 원조하고 경수로 건설에 나섰던 클린턴 행정부식 대북한 정책은 이렇다할 성과 없이 무너졌다. 이제는 북한 문제에 대해 더 강한 처방(stronger medicine)을 내려야 할 때다.

앞으로 북한과 어떠한 협약을 맺게 되더라도 북한을 믿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대량살상무기 제거의 투명성을 보장할 여러 엄격한 조건을 달아 협약을 맺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점검 사항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은 북한이 갖고 있다는 모든 핵 물질을 즉각 건네주기 전까지는 북한에 단돈 1달러도 줘서는 안 된다. 단계적 이행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꺼번에 모든 핵 물질을 다 내놓아야 한다. 둘째, 북한은 미사일 기지들을 폐쇄해야 한다. 핵 개발 시설들과 달리 미사일 기지는 항공 감시가 가능하다. 북한이 기지를 폐쇄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가는 미 첩보위성이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요원들이 북한에 머무르면서 더욱 강화된 규칙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 과학자와 그 가족들을 중립지대로 데려와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가지 걱정은 북한 김정일 정권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나 미국의 원조보다 더 절실하게 핵무기 보유를 바랄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걱정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선택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핵 보유를 막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는 곧 물리적 수단의 사용을 뜻하며, 다음 세 가지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북한을 하늘과 바다 두 방면에서 완전 봉쇄해 대외 교역과 왕래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한 간의 왕래도 막아야 한다. 남한은 이를 반대하겠지만,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1962년 쿠바 봉쇄에서 잘 나타났듯, 봉쇄는 전쟁을 피하는 대안이다. 물론 중국으로 통하는 길은 열려 있을 것이다.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중국이 북한 핵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 줄 뿐이다.

“미군 재배치 뒤 선제공격해야”

둘째, 주한미군의 재배치 작업을 더욱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사정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은 이미 주한미군 이전 작업을 진행중이다. 기본적으로 미군의 기능은 한반도전쟁이 일어나 북한군이 침략해올 경우 2차 저지선으로서의 기능을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군은 볼모(hostages)가 됐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핑계로 긴장을 조성해 왔고, 한국은 주한미군을 믿고 스스로를 지킬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았다.

셋째, 주한미군 재배치를 완료함에 따라 미국은 북한 핵 시설물들을 겨냥한 세부적인 선제공격(preem ptive strike)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미국은 핵 관련 시설들이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주요 시설물들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다. 외과의사는 환자의 악성종양 부위를 말끔히 다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주요 부분을 도려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 지하에 숨겨진 일부 핵 기지야 어쩔 수 없더라도, 미국이 그 동안 파악해온 핵 시설물들을 겨냥한 폭격을 망설이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만, 이 같은 단호한 미국의 대북한 강공책 준비는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핵 개발 포기 요구를 북한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 당국에 강한 압력을 가하도록 이끌 수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더욱 중국에 고분고분한 공산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는 수십 년 동안 이어온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길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아무리 미국에 위협적이라고 하더라도 북한 김정일 정권보다 훨씬 정상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 중국에 더욱 고분고분한 친중(親中) 북한 정권이 들어선다면 더욱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펼 것이고, 수백만 명의 북한인들을 굶주림에서 구해낼 것이다.

언젠가는 한반도에 통일된 민주 국가가 들어서겠지만, 이는 미래의 일이다. 당장 오늘 시점에서는 북한이 핵 공갈(nuclear blackmail)을 삼가도록 만드는 것이 급하다.

“한국의 자체 방어력 높여야”

img4R한 가지 문제점. 미 국무부 안에서는 김정일을 싫어하거나 불신하는 중국인들을 설득해 미국을 돕도록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틀림없이 잘못 된 판단이다.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실제로 전쟁을 도발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대외 공갈 정책(blackmail policy)이 중국의 대북한 원조 비용을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쪽에 전가시키는 데 은근히 만족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다목적 폭탄’(multipurpose bomb, 핵무기가 한편으로 국방력 강화,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협상용으로 쓰이는 측면을 가리킴-역자 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는 듯하다. 그런 까닭에 그 거위를 잡아죽여 미국 식탁 위에 올려 놓을 리 없다.

미국은 중국이 더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비롯한 무역개방 정책을 지지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아울러 미국은 대만의 자유를 비롯한 미국의 국제적 이해관계를 중국이 존중해 주기를 바라 왔다. 미국과 중국은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시점에 미·중 관계는 미묘해질 것이다. 중국이 커나가는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의 아시아 우방국들을 위협한다면, 미·중 우호관계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더구나 미국의 테러와 전쟁에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다면(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 중국이 적극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얼어붙게 될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과 관련, 분명히 해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은 일본·호주를 비롯한 우방국들과 마치 유럽의 NATO 같은 결속을 다져 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대만의 안보를 보장해 줘야 한다. 대만과의 군사협정, 미 전함들의 대만 순항, 잠수함과 미사일 방어망 같은 첨단군사 기술 판매 등은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

한편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한 아시아 지역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무력화하는 장기적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자체 방어력을 높이는 것도 미국의 주요 정책이 돼야 한다. 서울은 북한군의 사정권 안에 있다. 여기서 군사기술 측면에서 한 가지 주요 사항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적에게 공격받을 경우 불과 몇초 안에 적의 포격이나 미사일 발사 지점을 추적해 반격을 가하는 첨단 시스템이 이미 개발돼 있다.

아마도 독자 여러분은 한국이 그런 시스템을 오래 전에 실전 배치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허약한 안보 상황은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따라서 미 국방정책의 잠재적 비용(potential cost)을 높인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이렇게 말해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 안보를 지키는 데 한몫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약속과 의지는 한국이 스스로의 방어력을 더 강화하려고 할 때만 유효하다’(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21세기 핵심 군사정책 가운데 하나가 미사일 방어망, 즉 MD 구축이다.

펄과 프럼을 비롯한 미 네오콘들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MD 구축을 위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려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역자 주).

미국은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이란 정부를 전복해야 한다. 이란은 그 자체가 최악의 테러리스트 국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란은 북한보다 훨씬 더 위험한 국가다.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mullah)들은 알 카에다 지도부에게 피신처를 제공해 왔다. 아울러 테러 집단인 헤즈볼라를 지원해 왔다.

“이라크에 이어 이란·시리아도…”

헤즈볼라는 지난 1983년과 84년 레바논과 스페인에서 거의 300명에 이르는 미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테러 집단이다(‘신의 당’이라는 뜻을 지닌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기 위해 창립된 시아파 이슬람 무장 조직. 1983년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기독교 세력과 회교도 사이의 내전으로 어수선하던 레바논의 친미, 친이스라엘 정권을 돕기 위해 미 해병대를 파병했다. 헤즈볼라는 폭탄차량으로 미 해병대 막사를 공격해 잠을 자던 241명의 미군이 죽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레바논에서 미군을 철수하라는 여론이 높아졌고, 레이건 행정부는 곧 미군을 철수했다-역자 주).

이란은 지금까지 많은 테러 행위를 뒤에서 부추겨 왔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체제가 무너진 뒤 12년 동안의 망명 생활을 접고 이라크로 돌아간 바로 며칠 뒤 나자프에서 피살된 친미 이라크 회교 성직자 압둘 마지드 알 코에이는 이란의 지령에 따른 암살 희생자임이 틀림없다.

이란은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를 깨뜨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테러를 부추겨 왔다. 이란은 가장 극렬한 반유대주의(anti-Semitism) 국가로, 전 세계에 걸쳐 유대인의 목숨을 노리는 테러 활동을 지원해 왔다. 미국은 지금껏 테러를 배후에서 지원해온 이란 이슬람 성직자 집단의 권력기반을 무너뜨려야 한다.

한 가지 문제는 미 국무부가 이란에 대해 매우 유화적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2002년 미 국무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는 “이란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치레일 뿐이다. 이란이 민주국가라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민주 국가다. 이란 대통령 카타미도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온건파가 아니다. 그의 열렬한 정치적 동지 가운데 하나가 헤즈볼라 창립자이자 1983년 미 해병대원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은 폭탄차량 사건의 기획자인 알리 아크바르 모타셰미다.

“이스라엘 강공책, 비난 못 한다”

img5L그런 테러 지원 국가 이란이 이 즈음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 2003년 2월 이란 핵 시설물들을 돌아본 IAEA 요원들은 이란이 대규모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들을 조립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랐다.

이란은 지난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 오시라크 핵 시설을 공습했다는 데서 큰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텍사스보다 두 배나 넓은 이란 전 국토에 관련 시설물들을 분산배치해 놓고 있다. 이란의 집권자들은 테러리스트 배후세력이다. 이들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기 전에 (사담 후세인 체제가 전복된 것처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당면한 문제가 시리아처럼 간단하다면, 테러와 전쟁은 벌써 1년 전에 끝났을 것이다. 시리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우방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원유는 이라크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그리고 경제 상황은 아주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시리아는 레바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미국은 시리아에서 2대에 걸쳐 독재를 펴는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일까.

미국의 대(對)시리아 정책은 더욱 엄격하고 비타협적이어야 한다. 이란에서 시리아로 통하는 무기 반입을 해상과 영공에서 막아야 하고, 이라크에서 석유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병력을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아울러 시리아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지원을 중지하고, 헤즈볼라를 비롯한 모든 테러리스트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도피한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해 잡을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시리아는 이라크에서 도망간 바트당 지도자들과 무장 게릴라들을 체포해 미국에 넘겨야 한다. 시리아 독재자 바시르 아사드에게 이런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당할 심각한 결과를 일러주어야 한다.

한편 시리아는 헤즈볼라는 물론 팔레스타인 테러 집단인 하마스와 손잡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지원해 왔다. 그들은 시오니스트(Zionist), 즉 이스라엘과 미국인들을 이슬람 공동의 적(敵)으로 꼽으며 테러를 벌여 왔다.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해 강공책을 펴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마치 미국의 알 카에다와 마찬가지다. 캐나다와 프랑스 같은 일부 국가들은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정치조직’(political wing)과 ‘군사조직’으로 구분해, 정치조직을 비난하기는커녕 동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테러집단에서 정치와 군사 부분을 구별하는 것은 속임수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슬람의 테러와 미국을 겨냥한 알 카에다의 테러를 구분하는 것도 온당치 못한 일이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전 카터 행정부 안보담당 보좌관) 같은 인물들은 미국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도움으로써 테러와 전쟁에서 미국이 아랍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기껏해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와 가자지구에 군사력도 없는 ‘아주 작은 나라’(ministate)를 창설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테러로부터 안보를 확실히 보장받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의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앞서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들이 먼저 분쇄돼야 한다.

(리처드 펄과 데이비드 프럼을 비롯한 유대인 네오콘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반대해 왔다. 아울러 만의 하나, 언젠가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가 선다면, 독립된 군대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펄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목청을 높여온 인물이다. 1996년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리에 오르자 펄은 더글러스 페이스 현 미 국방차관과 함께 ‘명백한 중단 : 영역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정책보고서를 작성해 네타냐후에게 주었다. 이 보고서는 지난날 이스라엘 노동당 정권이 서명했던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단통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역자 주)

“유엔 헌장 개정돼야”

21세기 테러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유엔 헌장의 조항도 개정돼야 한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무력 사용에 앞서 거듭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통과를 추진했다.

1991년 제1차 걸프전 때도 그랬고, 2003년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릴 때도 그랬다. 이 즈음 많은 미국 시민들은 그러한 절차가 복잡한 지하철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실례합니다”(excuse me)라고 말하는 것처럼 형식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다.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전쟁을 벌이자 많은 ‘유엔 애호가’들은 미국을 상습적인 도로교통법 위반자(scofflaw)인양 비난했다.

우리는 주장한다. 미국이 테러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엔 헌장 제51조에 규정된 ‘침략행위’에 대한 자위권의 범위를 테러와 전쟁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테러 집단을 지원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근거지를 제공하는 행위도 ‘침략행위’라고 봐야 한다.

만일 유엔이 미국의 헌장 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는 유엔 안보리에서 그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테러와 전쟁에서 미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도 유엔이 지닌 권위를 공식적으로 거부해야 마땅하다.

2004년 03월호 | 입력날짜 200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