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카 요시키-김정일 이후의 세계 이시우 2005/02/27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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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발췌/미국 전문가 히다카 요시키(前 NHK 워싱턴 지국장) 著 ]「미군이 일본에서 사라진다(김정일 이후의 세계)」
중국이 김정일을 암살한다
최영재 월간중앙(cyj@joongang.co.kr)

북·중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일과 장쩌민. 북한의 핵 개발을 계기로 북·중 관계는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전 세계에 있는 미군기지를 정비하고 통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2003년 5월13일, 허드슨연구소가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주최한 ‘더 리틀’상 수여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의 군사 정세가 변하면 미국의 대응도 변한다. 미군은 지금까지의 중량주체형에서 능률적인 장비조직으로 변한다. 당연히 세계적 기지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럼즈펠드 장관의 ‘세계의 군사 정세가 변하면’이라는 말을 극동아시아에 끼워 맞춰 보자. 먼저 김정일의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극동아시아의 정세가 극적으로 바뀌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부시 정권은 김정일 정권을 어떻게든 붕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역대 미국 정부를 ‘가지고 놀았으며’, 미국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핵무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2003년 8월18일자 의회 보고서에서, 북한이 폭발시험 없이 적어도 2발의 핵폭탄을 만들었다고 했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지만 부시 정권이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 제조 기술이라든가 미사일이나 그 부품 등을 부시 정권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이란·시리아·리비아·파키스탄 등으로 수출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부시 정권은 테러 국가, 테러 조직과 싸움을 표방하고 있다.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이라는 문제에서 보면 북한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미국은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붕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부시 정권의 수뇌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아주 약하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깜짝 하는 순간에 궤멸시킬 수 있다.”

그런데 간단하지 않은 것이 미국의 군사력 행사에 아시아 국가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이 전쟁하면 파괴적 영향이 아시아 전체에 미치며, 중국의 경제활동이 크게 저해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반격으로 서울이 커다란 피해를 입고,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을 우려한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시작되면 재일 조선인들이 소요를 일으켜,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어렵게 될 것을 염려한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극동아시아는 위태로운 균형 위에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일본·중국·한국·러시아, 여기에 북한을 더한 6개국 협의가 시작되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5개국은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한 합의가 성립된 것은 정치적으로는 북한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의미한다.

김정일 정권 이후를 향해 움직이는 주변국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를 국가 전략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 핵무기를 6개국 협의에서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부정했다.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이미 끝나 버린 셈이다.

미국·일본·중국·한국이 구체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세부적 지침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단계에서 주변국들은 이미 김정일 정권 이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미국 정부를 마음대로 ‘가지고 논’ 북한은 마침내 최종 국면을 맞게 되었다. 지금 김정일에게 가능한 것은 갑자기 군사 행동을 일으키는 것 정도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폭발한다면 한국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일본은 미사일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 미사일에 독가스가 탑재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김정일의 도발과 김정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금 북한에 대해 남아 있는 최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의 군사 도발에 대해 미국은 이미 삼엄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첩보위성 KH11을 비롯한 모든 감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김정일이 폭발할 경우 강력한 보복 태세를 취할 것이다. 김정일 체제는 도발과 동시에 미국의 군사력으로 처리된다.

또 한 가지 문제인 김정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안에서 지금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봉쇄해 나쁜 말로 하자면 거리에서 굶어 죽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합의를 추구할 것이다. 미국이 지금부터 행할 북한 봉쇄는 중국·한국·일본을 규제하는 것이다. 뒤에서 몰래 북한을 원조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하나는 물리적으로 김정일을 처리해 버린다는 것이다. 즉, 암살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CIA 같은 기관이 외국 원수를 암살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부시 정권이 등장해 그 규제를 풀었다. 그렇지만 김정일을 암살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부시 정권에서 군사 정책을 맡고 있는 국방정책위원회 전 의장 리처드 펄 박사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에이전트가 북한으로 잠입한다고 하더라도 하루 만에 발각되어 버린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 부탁하는 것이 당연하다.”

즉, 중국이나 한국에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이나 베이징(北京)의 지인에게서 들은 바를 종합하면 중국은 김정일을 말살시키는 것이 간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최악의 상태가 되면 암살하겠다’는 생각을 이미 미국측에 전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대해 필자의 친구는 ‘2006년이 가장 가능한 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한반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8년에는 차기 대통령선거가 시작되어 실질적인 힘을 잃게 된다. 2004년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하는 해다. 이런 계획을 생각하면, 2006년이 가장 그럴 법한 시기다”

워싱턴에 있는 필자의 지인은 김정일을 암살한다는 구상이 2003년 7월28일 미국의 존 볼턴 국무차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측이 들고 나온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이징에서 중국의 수뇌와 만난 볼턴 국무차관은 중국측이 간단하게 김정일을 암살할 수 있다고 말하자 깜짝 놀랐던 것 같다.”

중국, “김정일을 암살하겠다”

img2R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워싱턴에서는 김정일의 핵무기 개발은 중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견해가 차츰 강해졌다. 필자가 인터뷰한 미국 정부의 고관과 국제문제 전문가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시작한 것은 중국이 방임한 결과다. 중국이 주의했더라면 북한이 핵무기 만드는 것을 사전에 그만두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워싱턴에 늘고 있었는데,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준엄한 강경파는 로런스 이글버거 전 국무장관이다. 그는 미 국무부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북한에 대한 매파로, 필자가 있는 허드슨연구소와 가깝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나 그 전임자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해 비둘기파다. 격한 말은 거의 입에 담지 않지만, 이글버거 전 국무장관은 예외다.

“중국은 북한에 막대한 경제 원조를 하고 있다. 그 원조를 중지하면 북한은 핵무기 제조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워싱턴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볼턴 국무차관은 베이징을 방문했다. 볼턴 국무차관은 부시 정권이 국무부에 들여보낸 이름난 매파다. 그는 솔직한 말투로도 정평나 있다.

“만일 북한이 핵 개발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음은 일본과 대만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미국이 엄격하게 감시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본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면….”

볼턴 차관에게 이렇게 직설적인 말을 들은 중국의 수뇌는 잠깐 숨을 돌린 다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김정일에게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김정일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1주일 이내에 암살할 수 있다.”

암살이라는 말에 볼턴 국무차관이 깜짝 놀랐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볼턴 국무차관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필자는 볼턴 차관의 중국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 약속을 받았는데, 직전에 국무부 공보관에게 취소당했다. 볼턴 국무차관은 가식 없이 말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중국 방문 수개월 전 인터뷰때도 아주 솔직하게 말해 놀랄 정도였다. 볼턴 차관이 중국측과 주고받은 말을 필자가 화제로 삼는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국무부가 우려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볼턴 차관의 베이징 방문 이래 부시 정권은 그때까지의 외곬으로 나가던 엄격한 정책을 그만두게 되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대응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무렵부터 김정일은 모습을 감추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폭격을 두려워해 모습을 감추었다 등으로 관측한 것 같은데, 중국의 암살 에이전트를 두려워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 국방정책위원회의 펄 전 의장은 암살까지 생각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미국이나 동맹국, 중국 등이 북한에 에이전트를 들여보내 김정일 정권 전복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이렇게 말했다.

“북한 내에서 반정부주의자의 활동을 도와 국내를 혼란하게 하면 미군이 북한으로 쳐들어갔을 때 북한측의 반격이 어렵게 된다. 미국 정부도, 중국 정부도 먼저 북한 내에서 공작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 내부의 반정부 활동

이 같은 에이전트의 행동이 김정일 암살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은 2003년 10월말 북한 내부에서 반정부 세력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북한 내에서는 이미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김정일이 이따금 모습을 감추는 것은 국내 반정부 분자의 활동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시 정권은 현재는 지상 병력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전쟁 때 한 것처럼 반정부 세력으로 북한 군대 내부를 혼란시킨다는 모략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부시 정권이 실제로 김정일과 대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을 그만두지 않을 경우가 문제다. 부시 정권이 ‘핵을 가지고 있는 적은 핵으로 공격한다’는 전략으로 북한을 핵공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중국 정부는 부시 정권의 선제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을 경질해 정권을 붕괴시키든가 김정일을 암살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한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당연히 김정일도 반격을 고려한다. 앞서 말한 김정일의 군사적 도발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아시아 경제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중국의 경제 개발이 어려워질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김정일이 폭발하기 전에 암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김정일을 암살하려고 결의했을 경우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러나 그 결의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정부로서는 미국에 대한 거래 가운데 김정일이 으뜸 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사이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통화·무역·기술·외교라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국과 상의할 때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약한 중국이 미국에 강하게 나오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한과 김정일의 문제가 중국으로서는 거래 도구가 된다. 즉, 중국 정부에 북한 문제는 유효한 으뜸 카드인 것이다. 이 으뜸패를 간단히 없애 버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미국을 초조하게 만들면서 북한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중국은 2006년까지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

img3L이미 말한 바와 같이 중국은 북한 문제를 2006년까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간단히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증거가 있다. 중국의 공안당국이나 특수부대가 북한에 들어가 김정일을 암살한다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북한 내부에는 중국 에이전트가 들어가 김정일의 감시 체제를 뚫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진정으로 마음만 먹으면 김정일과 그 심복은 암살된다. 동시에 미국은 공군력을 사용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핵개발 시설을 철저히 선제공격한다. 북한군이 김정일 암살의 혼란 상태에 말려들어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중국과 부시 정권이 협력해 김정일을 말살하고, 동시에 일어날 군사적 혼란을 미연에 막는다. 한반도와 그 장래는 중국과 부시 정권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은 지금까지와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미국이 냉전체제가 남겨 놓은 선물로 생각하는 김정일의 북한은, 김정일의 암살과 미군의 집중 폭격으로 산산조각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극동의 정세는 변한다.

부시 정권은 이라크·이란·북한·시리아·리비아를 ‘악의 축’ 국가로 지명해 비난하며 힘으로 격멸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부시 정권은 등장 이래 뉴욕타임스와 진보적 매스컴의 심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세계평화를 외치는 자유스러운 국제파 사람들로서도 국제사회의 멤버인 특정 국가를 악한 놈이라고 부르며 군사력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는 냉전이 끝나면 국경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일본에서도 경박한 경제학자들이 ‘평화의 배당금’이라고 소란을 부리며 싸움 없는 시대가 갑자기 찾아온 듯한 환상을 흩날렸다. 그렇지만 부시 정권이 악의 축 국가로 지명한 나라는 모두 냉전 체제의 잔재가 살아 남은 나라다. 미국이 새로운 국제사회를 움직여 나가기 위해서는 처분해 버리지 않으면 안 될 나라들이다.

북한은 냉전의 장본인인 스탈린이 만든 나라다. 미국의 역사가가 지적한 바에 의하면 스탈린은 조선 독립의 투사라고 칭할 만한 위인이 아닌 조선인을 김일성이라고 속여 북한으로 들여 보내 북한이라는 국가를 만들어 냈다.

이 해석이 반만 옳다고 해도 북한은 두말 없이 스탈린이 만든 나라다. 그 나라가 냉전이 끝난 지금도 남아 있다. 현재의 이라크·이란·시리아는 냉전이 한창일 당시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가 만들어낸 석유국가다.

이라크·이란·시리아·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보면 실로 여러 대국에 유린되어 왔다. 먼저 오스만 터키가 중동 전역을 지배했다. 그 뒤에는 대영제국이 들어와 힘을 휘둘렀다. 대영제국의 힘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후퇴하자 앵글로 색슨의 또 다른 대국 미국이 중동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스탈린이 맹렬히 반발해 석유 권리를 노려 KGB를 들여보냈다.

상세한 역사 이야기에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대충 말하면 악의 축 국가로 지명된 중동의 나라들은 1970년대 이후 소련, 특히 KGB의 힘을 배경으로 미국과 대립한 나라들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소련이 붕괴된 다음에도 석유의 힘으로 살아남았다. 중동 국가들과 소련, 특히 KGB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에는 공산주의 정권에 대항해 일어난 반정부주의자에 소련이 침공해 맹렬한 탄압을 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저지른 잔학한 행동은 역사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슬람 사람들이 살해당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싸운 것은 이슬람 무투(武鬪)파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 빈 라덴을 우두머리로 하는 알 카에다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소련의 KGB에 이긴 후, 다음 적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리비아의 카다피도 KGB의 협력을 얻어 서방 제국과 싸웠으며 KGB가 없어진 다음에도 동일한 행동을 되풀이했다.

이 정도가 되면 너무나 혼란스러워 적과 우방의 식별도 해괴해진다. 확실하게 말해버린다면 중동 국가 전체가 냉전 체제의 잔재인 것이다. 북한을 위시하여 이라크·이란·시리아·리비아 같은 국가들이 지금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냉전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냉전 처리를 중도에 단념했기 때문이다.

북한 처리는 냉전 마무리의 일환

독일의 슈미트 전 총리는 미국이 냉전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 국내 질서를 유지할 수 없어 스스로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 2003년 9월말, 필자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이유로 인터뷰한 슈미트 전 총리는 84세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정했다. 미국과 함께 소련과 냉전을 치른 전 총리도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미국을 비판했지만, 중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에 역사 따위는 없다. 중동 국가 대부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슈미트 전 총리 표현에 의하면 소련이 자멸해 버린 결과 이라크·이란·시리아·리비아·북한 등이 남게 되었다.

부시 정권은 냉전 체제에서 살아남은 국가들이 이제는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WMD)를 만들어 국제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국가를 처리하면, 냉전 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성가신 상황을 제거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이란·시리아·북한은 스탈린형 국가다. 독재자가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은 소국으로, 세계적인 전쟁을 시작할 능력이 없다. 같은 패거리끼리 대립을 일으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리버럴한’ 국제파, 곧 미국의 비둘기파라는 사람들은 이 국가들의 흠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부시 정권 입장에서는 북한·이라크·이란·시리아 같은 소형 스탈린 국가들은 WMD를 만들어 서로 협력해 사회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각종 테러리스트가 일으키는 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스탈린형 작은 나라들을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냉전 체제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부시 정권 이란·북한 같은 국가의 대결은 계속되는 것이다.

- 히다카 요시키(日高義樹) -

1935년 나고야 출생
도쿄대 영문과 졸업
1953년 NHK 입사
1970년 워싱턴특파원·뉴욕지국장·워싱턴지국장
NHK 엔터프라이즈 아메리카 대표
하버드대 다우브만센터 자문위원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
미·일 관계의 장래에 관한 조사연구 책임자
전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수석고문(現)
저서로 ‘세계 대변동이 시작되었다’ ‘新부국강병론’‘白人의 광기와 日本’ ‘미국의 세계전략을 모르는 일본인’외 다수

2004년 03월호 | 입력날짜 200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