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說 ‘모락모락’ 이시우 2005/02/27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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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투고] 주한미군 철수 說 ‘모락모락’ … 한국의 대응책은 있나?
외부기고자 김병기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전 세계 미군은 최전방에 고정 주둔하는 개념에서 세계 어느 곳이든 논스톱 비행으로 출동하는 신속기동대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일본으로 이전하는 조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일미군 대변인인 랜디 세퍼스 소령은 밝혔다. 이는 구체적으로 한국에 주둔한 미 8군과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및 주일미군 지휘체제의 통합적 폐쇄를 의미한다.
지난 1월30일 미국의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자리잡은 하와이에서 리처드 할로란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그의 기고문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둔한 미군의 구조적 재편을 기획중이며, 이는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유엔군사령부·미 8군 및 주일미군의 해체로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부분적 철수에 국한되었던 논의에 견주면 미 국방부의 공식 부인에도 주한미군 해체에 관한 언급은 지난 5~6년 사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미 제2사단의 인계철선 폐지와 연합사령부 한강 이남 배치 결정을 둘러싼 한·미 동맹 관계와 맞물려 우리 안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왜 이러한 극단적 논의가 나오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에 대처해야 하나?
‘억지’에서 ‘신속대응’으로
1990년대초 소련과 동구권 몰락 이후 미국은 전후 반세기 동안 옛소련과 이를 지지하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한 억지,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및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의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해 왔다. 반세기 동안 소련과 바르샤바 군사동맹 체제를 견제, 억지하고 유사시에 대비한 미국의 군사전략은 우선적으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전통적 다자적 군사안보 동맹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일 쌍무동맹을 주축으로 대칭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왔다.
여기서 미국은 주적인 소련을 억지, 견제할 수 있는 전략핵과 재래식 무기를 본토 및 동맹국에 비축해 군사적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다. 또한 소련이나 공산권 진영에 위협받을 수 있는 각종 군사 외교적 갈등 요소를 해상·공중에서 직간접적으로 봉쇄하려고 해왔다. 다만 미·소 간에 직접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는 제3세계 분쟁에 대해서는, 즉 비대칭적 군사위협에서는(한국전쟁, 1962년 쿠바, 베트남전쟁,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남미 등)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지켰다.
특히 자국 지상군 피해의 위험이나 저강도 전쟁(low intensity warfare)으로 전쟁 양상이 복잡한 지역에서는 직접적인 군사개입(지상군)보다 미 공군력을 적극 활용하고 우방 및 당사국 내부 지상 지원군을 통한 간접 개입을 선호했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 군사안보 전략과 이를 뒤받침 할 수 있는 전력 구조와 동맹 체제는 2001년 9·11테러까지 그 기본 구상이 유지되었다. 특히 유럽에서 한때 주적이던 소련과 동구의 몰락으로 인한 체제 변환은 이 지역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전기가 되었다. 여기서 미국은 현저히 약화되고 혼란스러운 러시아를 NATO의 동진 정책으로 관리 통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스크바 진영을 이탈한 동유럽을 군사·경제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발칸 지역이나 옛유고슬라비아처럼 풀기 어려운 비재래식 저강도 분쟁 지역도 그 전략적 중요성이 다른 비대칭적 위협(인종분규·마약·인권·난민·환경·자원 및 초국가적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보유)과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전쟁 양상은 냉전 시기 국가 중심의 전쟁 위협?대체할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 방침과 방향을 자국 군사 독트린과 국가안보 지침을 통해 1990년대 초부터 수정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더욱 심화된 ‘군사 혁신’으로 이에 대비하는 전력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즉, 본토 방위와 원거리 정밀 타격 및 육·해·공군 통합 작전을 바탕으로 한 국지적 방어 억지 중심의 최전방 주둔군 개념을 동맹군과 함께 하는 신속대응, 다목적, 고기술 원정 비정규군 개념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9·11테러, ‘군사혁신’과 동북아시아
냉전이 끝난 유럽에 견주어 동북아시아는 중국 위협론과 함께 ‘양안 관계’, 러시아 연방 쇠퇴, 다양한 국토영유권 분쟁, 북한의 공세적 전력구조,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와 제반 경제 위기에 휩싸여 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급격한 경제·사회·정치적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여전히 전통적인 안보 불안 요소가 새로운 외부 변수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복잡한 안보 환경에서 미국은 9·11테러 참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이라크전쟁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전략전술과 전력구조를 기획 실험하기 시작했다.
1990~91년 터진 첫 걸프전 같은 제한된 국지전만 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통합작전 발전도나 정보통신 기술 혁명을 바탕으로 한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전 지구적 통합 지휘 체계도 그 수준 면에서 최근의 아프간전쟁과 최근의 이라크전쟁에 견주면 한 마디로 원시적이었다.
더불어 최근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은 최전방의 미군기지,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활용하지 않고 쿠웨이트를 한시적 군사작전 교두보로 전쟁을 수행했다. 말하자면 첫 걸프전 당시 미군의 군사전략은 전통적인 우방과, 부속된 전진 기지를 적극 활용한 보편적인 냉전식 전쟁 방식이었다.
더불어 1999년 코소보에서도 재확인되었지만, 당시 미군의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은 사전에 연합군 특전단을 투입했지만 오늘과 같은 통합 작전 효과를 그다지 이루지 못했다. 9·11테러를 경험한 미국은 냉전 시기의 단순한 방어 억지 전략을 넘어 자국에 대한 국토동맹 위협을 세계 어디서나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선제공격론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최근 미군의 변화는 한국의 정치·사회 변동을 감안한 제도적 개편이나 단순히 북한을 더 효율적으로 억지 방어하고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술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포함하여)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전쟁 구조와 위협 자체를 미국이 보유한 군사혁신적 전력 구조에 맞추어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한국의 다양하고도 급격한 사회·경제·문화·정치 변동이 조금도 완화되지 않은 북한의 군사위협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미국의 혁신적 군 구조 개편 과정에서 한국 같은 동맹국과 생길 수 있는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또 이런 미군의 구조 개편을 한국군 전력구조 현대화와 접목할 수 있을까.
미국의 냉정한 자국 본토 방위 중심의 전략 변화는 다분히 일방적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과거에도 여전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카터 행정부 때도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해 한반도 주둔 미군을 빼려고 했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주외교 노선을 표방하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동맹 관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군은 최근 제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기로 한국과 합의했다. 또 한미연합사령부를 용산에서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제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는 인계철선이라는 미국의 자동군사개입을 보장하는 상징적 역할에서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 확보 쪽으로 대북 억지 방어 전략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단 환영할 만한 조치다. 또 앞으로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 증강 사업으로 약 13억 달러의 자원을 투자해 소형 핵 벙커버스터 무기를 개발하고 북한을 더욱 효율적으로 억제 방어하는 체제를 만든다는 것 또한 한국의 안보 환경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대응 방침은 있는가
img2R하지만 제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와 관련한 한·미 안보 대화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화생방), 미사일 및 장사정 곡사포를 38선 부근에서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문제를 연계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이는 그 군사적 의미와 결과를 넘어 미국의 일방적인 대한반도 정책을 늦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노력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중요한 점은 최전방 지역에 밀집해 있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의 심각성을 어떻게 하면 미국의 국방 정책 수뇌부에 전달하느냐다. 미국은 이런 위협과 현재 진행중인 다양한 남북 대화 때문에 그 위협 수위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현재 진행중인 남북한 간의 정치·경제·인도적 문제 대화에서도 재래식 무기 감축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진척은 거의 없다.
한미연합사령부 이전도 마찬가지다. 우선 우리 수도 방위 차원에서 연합사령부의 서울 배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한·미 전력구조 운용, 훈련, 전략전술의 합동 개발 및 정보 운용을 우리 국방부와 가까운 거리에서 시행한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제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와 함께 앞으로 한국이 강화해야 할 지상군과 해군력 보완도 문제다. 우리가 여기서 주시 해야 할 점은 주한미군의 위기 관리 능력을 어떻게 하면 한·중 관계의 건설적 발전과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게 만드느냐다.
앞에서 언급한 주한미군 폐지와 관련한 논의에서 리처드 할로란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제2사단과 미 7공군 및 주한미군을 일본 자마 기지에 배치해 미국 제1군과 통폐합 운영한다고 보도했다. 할로란 기자는 이런 철군에 대한 명분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와 반미 감정을 수용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도시화 현상으로 인한 훈련 공간의 부족과 한국의 군사작전권 회복 차원에서도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는 절실히 요구된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은 이러한 명분을 감성적 차원에서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바침할 수 있는 국방예산과 전력구조, 인적·물적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변국과 얼마만큼 협력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만약 미국이 세계전략적 차원의 군 전력 구조 및 전략전술 개편을 일방적으로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즉, 전진기지 배치 개념을 빼고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전략적 수송 능력 중심 전략으로 기울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곧바로 현재 추진중인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한국군은 그에 따른 전력 공백과 안보 위협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2004년 04월호 | 입력날짜 200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