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를 통해본 군수지원 이시우 2003/12/28 304
군사를 통해본 군수지원
http://www.dema.mil.kr/jour/jour01.html
고대 전쟁으로부터 현대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양상을 분석해본 결과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진리는 `군수지원의 뒷받침 없이는 결코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손무는 “군대에 치중대가 없으면 패하고 군량이나 비축된 물자가 없으면 패하고 만다”라고 하였으며, 걸프전에 참전한 미국의 클라크 장군은 “걸프전을 연구할 역사가나 전술가가 가장 주의를 기울일 분야는 바로 군수이며, 걸프전은 곧 군수전이었다”며 전쟁에 있어서 군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군수지원은 고대는 물론 현대전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난 50여년간에 있었던 주요 전례 분석을 통해 앞으로 한반도에서의 장차전 양상에 부합된 한국군의 군수지원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군수지원의 역사적 변천
군수는 `Logistikos’라는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통계’ 또는 `계산의 과학(科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군사작전을 위한 종속적인 수단으로만 인식되어 오다가 오늘날과 같은 군사용어로 정립된 것은 조미니에 의해서였다.
조미니는 `전쟁술은 전략, 전술, 군수로 구성된다’고 하는 이른바 `3위 일체론’을 주장하면서 군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군수를 `군대를 이동시키는 실질적인 술(術)’로 정의하고, 단순한 수송뿐만 아니라 군사력을 이동시키고 유지하는데 관련된 기능들 즉 계획수립, 행정, 보급, 숙영, 도로건설 및 정보까지도 망라되는 포괄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군수를 `계산의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술(術)’의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대시키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또 군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전쟁양상의 변화와 함께 발전되어 왔다. 기존의 단순한 `계산의 과학’의 영역에서 오늘날에는 `술(術)’또는 `학문(學問)’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군사(軍事)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시대별 군수지원의 역사적 변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고대·중세 군수지원
고대 및 중세의 군수지원은 인간이 그의 부족들과 싸우기 위해 던질 돌을 모을 때부터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운용되었는데 주로 음식과 마초의 현지획득, 그리고 무기의 자체충당 방법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군수지원 방법 역시 최초 자체휴대 방식이나 현지조달 방식에서 차츰 원정에 필요한 창(廠:depot) 및 창고(magazine) 개념의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와 같은 고대의 보급지원 방식이 오늘날까지 그 형태가 남아있거나 변형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근대(17∼18C)의 군수지원
이때는 왕에 의해 고용된 용병(傭兵)들로 구성되었는데 이 용병들에게는 급료 외에는 돈을 거의 지불하지 않아 병사들은 자신들의 급료중에서 식량, 피복, 병기 그리고 심지어는 화약까지도 구입해서 사용해야 했다.
따라서 군대가 행군하는 지역은 항상 약탈이 횡행하였고, 과거에 비해 군대의 규모는 현격하게 커지고 있는 반면 군수지원 능력은 여전히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17세기 상비군 시대의 군사작전은 군수에 완전히 종속된 형태로 나타났으며, 프랑스혁명 이후에도 제반 군수지원 여건이 너무 열악하여 군사작전은 여전히 군수지원 능력으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 속에서 나폴레옹은 군수지원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동성을 높이고 적의 보급창고를 습격하는 등의 전략·전술의 응변을 통해 기존의 `계산의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고 있던 군수분야를 `술’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의 군수지원
이는 과거 5,000년 간에 이루어진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나폴레옹 시대까지만 해도 전쟁에 있어서 승패의 주 요인은 용병술 차원에서 좌우되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물자보급이 원활해지면서 전쟁양상이 총력전, 대량 물량소모전 양상으로 변화됨으로써 순수한 용병차원보다는 군수적 차원이 승패의 요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현대전의 양상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화력의 증강, 정확성, 사거리 연장 및 기동성 증가로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물량전, 소모전, 단기 속결전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대전에 있어서의 군수지원 성격은 종래의 작전 또는 전술에 종속되는 수단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전술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전사를 통해본 군수지원 전례 분석
제2차세계대전 군수지원
`총력전’이라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은 보급품, 식량, 탄약이 전세계를 통해서 일선부대에 제공되었기 때문에 군수지원은 군사작전에 있어서 절대적인 부분으로 연합군과 독일군 모두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독일군에게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였다.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는 엄청난 규모의 군수지원을 필요로 하였으나 보급품의 부족과 수송지원 능력의 결핍은 독일군이 작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대소작전에서 초기작전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도로 및 철도시설, 항공기와 차량의 부족 등에 따른 보급지원 악화로 인하여 쓰라린 패배를 감내해야만 했다.
또 북아프리카의 롬멜군은 유류 보급지원의 악화로 수많은 전차를 전장에 유기한 채 패주해야만 하는 상황이 야기되었다.
연합군 또한 군수지원 문제로 많은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로 전쟁 말기의 `오버로드 작전’에서는 항만시설과 수송차량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되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서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군은 베를린 공수로 알려진 `Operation Vittles’에 참여하였는데, 이 공수작전에서 미군의 C-47과 C-54항공기는 1년 동안 총 230만톤의 보급품을 수송하기 위해 27만5,000회의 비행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공수능력이 국가 방어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좀더 많은 양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수송기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제기되었는데, 이는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한국전의 군수지원
한국전쟁에 있어서 군수지원 문제 역시 가장 큰 제한사항으로 작용하다.
전쟁 발발시 열악한 산업기반 시설과 미국의 제한된 군사적 지원으로 한국군은 보유한 무기나 장비의 유지조차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의 예비량은 거의 전무한 상태에 있었다.
또한 보유하고 있던 보급품마저도 한강선 철수 시 그대로 방치한 채 철수함으로써 한국군의 군수지원 능력은 개전 3일만에 고갈되었고, 철도망과 도로망은 불비하였으며, 항만은 소요되는 물자를 하역하기에 턱없이 비좁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낙동강선 방어작전 이후 반격 및 북진작전시에도 큰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일선부대의 북진은 순조롭게 진행된 반면, 열악한 도로 및 철도망으로 인하여 보급·수송 지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동계작전에 대비한 추가적인 소요물자의 준비부족과 보급·수송의 지연으로 동부전선의 한국군 부대들은 작전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였다.
11월 초순 기온이 급강하하여 영하 16°C까지 내려가 있었는데도 장병들은 아직까지 낡고 헤어진 하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방한용 모포는 2명에 1매 정도만 지급되어 병사들의 전투능률은 현저히 저하되었고 동사로부터 몸을 보호하는데 급급하였다.
한국전쟁은 또 다른 군수혁신을 위한 시험장이 되었는데 그것은 보급품을 기후변화에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콘테이너(CONEX;Container Express)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 콘테이너는 선박이나 2톤 트럭에 탑재되어 사용되었으며 재사용이 가능했다.
이 다양한 적재 콘테이너는 한국전쟁이후 매우 유명해지게 되었다. 또 현지에서 직접 고용한 노무자들이 항만, 창, 수송작전에 참여하는 주둔군 지원 개념이 최초로 폭넓게 사용되었는데, 주둔군 지원은 한국전쟁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어 그 후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걸프전의 군수지원
걸프전은 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 1991년 4월 10일 다국적군의 완승으로 끝이 난 전쟁으로 다국적군의 승리는 곧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군수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걸프전 기간 중 이라크와 쿠웨이트 점령지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은 14만1,921톤, 소모된 연료는 1개 기갑사단 기준 25만 갤런, 그리고 지상전이 벌어진 100시간 동안 다국적군 8개 사단이 사용한 연료의 양은 800만 갤런에 달하였다.
또한 해상과 공중을 통하여 미 본토로부터 수송된 물량은 767만 톤으로 군수지원의 중요성이 증명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기간 중 군수지원 문제는 다국적군과 이라크 군 양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였으며 전쟁의 승패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는 전쟁에 대비하여 전쟁물자를 사전 비축하였으나 쿠웨이트에 배치한 전투병력은 보급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현지조달의 한계와 병참선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보급로가 차단됨에 따라 사기저하와 전투의욕의 저하로 전투력이 상실되어 투항하는 자가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라크는 결국 경제제재와 제공권 상실로 인한 병참선 차단으로 패자가 되었으나, 다국적군은 공지작전 개념에 입각한 전 전장 동시전투로 다량의 지원소요가 발생될 것을 예상하여 물자재고 및 분배량을 자동으로 통제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자동화 지원체제를 확립하고 전투양상에 따른 사전 소요판단과 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군수지원 체계를 정립하였다.
또한 지상작전 지원을 위하여 전진보급기지 지원방식을 도입하여 대규모 전진보급기지를 건설하고, 기동부대의 전출에 따라 계속적으로 전방추진 보급기지를 진출시킴으로써 기동부대를 효과적으로 근접지원하였다.
또 사막지역에서의 급수지원의 중요성을 조기에 인식하고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강구했는데, 그 예로 불볕더위에 대비하여 다국적군 개인당 1일 19.5갤런의 식수를 지급하는 한편, 식수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포장된 용기를 사용하고 정화된 식수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통하여 급수지원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결과 승리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이라크군은 다국적군의 병참선 파괴로 식수가 제한되어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 이는 곧 병사들의 전투력 및 사기 저하와 직결되어 패인의 원인이 되었다.
장차전 대비 군수지원 발전방향
이상과 같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과거 50여년간의 전쟁에 있어서 적절한 군수지원은 훌륭한 작전계획 수행의 원천이며 전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반도 장차전 양상에 부합된 우리 군의 군수지원 발전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투 긴요물자·장비의 확보 및 방호력 보강이다.
현대전의 양상은 대량 화력전, 대량소모전 그리고 물량전이 예상됨에 따라 엄청난 양의 군수지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물자 및 장비를 확보하여 필요한 장소에 비축 관리하고, 비축창고의 유개화 및 경계대책 강화 등 생존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현대전 양상에 부합된 군수지원 체제의 발전이다.
현대전은 보다 발전된 군수지원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FRMS의 도입, 3군 통합군수지원 체제의 정비 등 군수지원 체제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또한 COSCOM, DISCOM 등과 같은 제대별 통합 군수지원 부대를 편성함으로써 군단급 이하 전술제대의 군수지원 능력을 강화하고, 제대별 군수지원절차 간소화 및 지역단위 분권화 지원체제를 정립함으로써 군수지원의 적시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보급·수송 수단의 확보 및 운용이다.
3군 통합군수지원 체제에 기초한 육로, 해상, 공중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수송수단의 유기적 운용 능력의 발전과 전시 이동관리 체제의 확보 및 개전초기 수송소요 감소를 위한 대책 등이 필요하며, 병참선 확보를 위한 수도권 우회 및 전환수송 대책과 DMZ 연계 도로 확보를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전투부대에 대한 효과적인 근접지원을 위해서는 전진 보급기지의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고, MASP 및 APT의 운용개념을 재정립하며 기계화부대의 수송지원부대 편성을 강화하는 등 근접지원 능력 향상을 위한 대책들이 요구된다.
넷째, 적시적이고 효과적인 군수지원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동원체제의 유지가 요구된다. 총력전하에서 동원능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총력전하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인적자원 및 물적자원은 절대적으로 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시 동원소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 분야에 대한 동원계획을 세부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더 나아가 민간 선박 및 차량 개조에 필요한 정비창 및 자재, 수리부속 등의 확보 등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다섯째, 전시 연합 군수지원 체제의 정비이다.
한·미 양국은 상호군수지원협정 등 각종 군수지원 협정과 주기적인 RSOI 훈련 등을 통하여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 협정과 훈련은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하여 각종 지원협정상의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해야 하며, 특히 RSOI 훈련은 부분적으로나마 실기동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군수는 군대에서 생존과 기동을 보장해 주는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수단이며, 전쟁에서 승리를 보장해주는 열쇠이다.
따라서 우리가 유사시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군수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에서 제시한 군수지원방향을 바탕으로 우리의 전장 환경과 전략전술, 무기체계에 적합한 효율적이고도 적시적인 군수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 다가올 미래전에 슬기롭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