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변조기술 이시우 2003/12/28 322
기상변조기술
http://www.dema.mil.kr/jour/jour01.html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는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자연 재해가 자주 발생하였다.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비롯, 유럽의 한파, 홍수 등 크고 작은 자연 재해들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최근 남극 대륙의 거대 빙산(氷山)이 붕괴되었는데 그 면적이 무려 싱가포르의 9배나 된다고 한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의 기온이 50년 동안 2.5℃가 상승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 등에 의해 우리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 기상 기구(WMO)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는 자연 재해에 의해서 연간 대략 25만 명의 인명 피해와 500억∼1,00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고 있으며 가뭄,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 재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 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상 이변과 지구 환경의 변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기상 이변의 원인이 점차 규명되고 많은 대책이 제안되고 있으며, 이런 지구 환경 파괴와 자연 재해에 대한 활발한 연구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축적하게 되어 관련 기술의 수준은 더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바로 기상 제어, 변조 기술이 그것이다.
`자연 바꾸는 기술’ 실용화 단계
열대와 극지방의 날씨 변화를 인공으로 일으켜 일상을 마비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어벤저(Avenger)’의 기상 제어는 이제 공상이 아니다.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주 등에서 산악의 대규모 인공 강설 프로그램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에서는 여름철 인공 강우로 농작물 재배의 수익을 높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의 타호호에서는 인공 강우로 매년 4,500만 톤의 물을 얻고 있다.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에서도 매년 인공 강우로 물 2억4,000만 톤을 얻어내 전력 발전에 활용하고, 농사를 지으며 식수로도 이용한다. 심지어 중국도 과수원이 많은 길림성에서 뇌운(雷雲)에 인공 강우 포탄을 터트려 우박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공항 활주로의 안개를 제거하고, 포도밭에 쏟아지는 우박을 빗물로 바꾸며, 관개 용수나 마실 물을 늘리기 위해 인공 비나 눈을 내리게 할 뿐 아니라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진로를 바꾸는 등 자연을 바꾸는 기술은 실용화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군사적으로도 기상의 제어와 변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군 작전에 적합한 기상의 활용에 중심을 두고 전개, 발전되고 있다.
과거 전쟁사에서도 기상은 승패의 결정적인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귀주대첩에서 강감찬 장군은 강한 비바람을 이용하여 거란군을 물리칠 수 있었고,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해류의 변화를 정확히 이용하여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에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17세기의 나폴레옹이나 20세기의 독일군은 러시아의 강추위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차 대전의 분기점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기상 예보관의 정확한 예보와 연합군 수뇌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던 유명한 기상 이용 성공사례이다.
군사적 활용가능성 충분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기상을 활용하는 방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기상에 대한 군사적인 연구가 과거와 같이 이용하는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기상을 만들어 활용하는 측면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기상 현상을 조절, 통제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은 기상에 대한 이용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대자연은 인간이 원하는 모습으로 쉽게 조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부대의 방어와 적군에 대한 승리를 극대화하는 기상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군사 잡지 `Military Information Technology:Vol 6, Issue 2, 2002′에서는 군사적 목적의 기상 변조에 관한 대표적인 몇 가지 연구 사례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구름을 강화시키는 시약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 강우 기술이다.
1946년 미국의 기상학자들이 이 시약을 비행기에서 구름 위로 뿌려 실험에 성공한 뒤부터 연구와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월남 전쟁중 미군의 주도하에 `포페예(Popeye)’라는 코드명을 가진 인공 강우 유발 작전으로 강한 강수를 내리게 하여 호치민 시를 통과하는 적군의 수송을 확실히 방해했던 성공적인 기상 조작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둘째, 수증기를 얼게 하거나 습기를 흡수하는 시약을 뿌려 안개를 소산시키는 기술이다. 안개의 형성 조건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 사용할 수 있는데, 현재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공항에서는 활주로의 안개를 제거하기 위하여 시약을 뿌리는 방법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강한 바람에 대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센서가 달린 무인 항공기가 폭풍(storm)을 조절한다. 이는 폭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지상의 통제실에 전달하고 통제실에서는 그 강도와 이동 방향 등을 분석하여 작전에 활용한다.
넷째, 특정 지역을 냉각 또는 가열하여 주변과의 온도차를 현저하게 줄이는 온도 변조 기술이다. 적의 목표물이 될 수 있는 아군의 주요 시설 등에 이 기술을 사용하여 주변의 대기나 육지와의 온도 차이를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각종 열 추적 무기의 타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
다섯째, 인간의 혈관을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초미세 기술(nanotechnology)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원하는 기상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과 더불어 현재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우주 기상 분야이다. 이는 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이온층을 조작하여 통신의 우세를 점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변조된 이온층은 적의 인공위성과 지상의 통신을 방해할 수 있는데, 이로써 적군의 통신 기능을 무력화시켜 우주 공간에서의 우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런 사례들은 바로 미래전의 전형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미래전에 대해서 군사 전문가들은 대규모의 군사작전보다는 소규모 국지전, 무자비한 대량 살상보다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쟁, 각종 최첨단 무기는 물론이고 기상의 무기(武器)화를 예측하고 있다.
미래전의 양상이 대량 살상 및 파괴에서 적 주요 시설이나 수송 및 통신 기능의 마비 등 전쟁 수행 기능 상실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상을 활용하는 전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래전에서는 기상이 무기화 되어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이 사용될 것이다.
적국에 대한 강수 현상을 변조하여 가뭄이나 홍수를 유발, 적을 고립시킬 수도 있으며, 적의 침투나 공습에 대비하여 인공적으로 안개를 만들어 아군의 주요 시설 등을 숨길 수가 있다. 반대로 가뭄이나 홍수를 예방할 수도 있으며 안개 등에 의해 숨겨진 시설을 위성 등으로 찾아내거나 안개를 소산시킬 수도 있다. 또는 이미 언급되었던 가까운 우주권의 변조로 인공위성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독자적 제어·변조기술 확보해야
이제 우리도 최첨단의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전의 변화와 그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에는 대량 살상을 주목적으로 했던 핵무기 등은 점차 폐기되고, 기상의 제어 및 변조 같은 첨단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각종 기상이변과 재해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우리는 또 한 걸음 뒤처져서 과학 선진국들의 뒤만 따라가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인공 강우 실험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중이고 공군 기상전대도 각종 실험을 참관하면서 이론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일 뿐 아니라 기상 현상을 제어하고 만들어내는 기술의 활용은 이론적인 부분과 더불어 수많은 실험을 통한 검증과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기술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며 뛰어난 인력이 투입되어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세계의 변화를 주시하며 우리의 갈 길을 확고히 해야 한다. 미래의 국가 안보를 위해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상 제어 및 변조 기술을 확보하여 미래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군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선두에 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