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유엔군사령부 2006/09/07 810

2006,9,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통일위원회 강의록

전시작전통제권, 유엔군사령부

사진가 이시우(www.siwoo.pe.kr)

우리가 유라시아전략 차원에서 한반도의 주도성을 고민한다면 1960년대와 70년대를 통해 형성되고 1975년 유엔사 해체 결의를 통해 표출된 반패권연대의 복원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 소재는 다시 유엔사문제이다. 전시작전통제권환수 뒤 미국은 연합사에 위임되어 있던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유엔사를 다시 강화하려 할 것이 명확해 보인다. 전시작통권 환수는 연합사의 해체를 의미한다. 형식적으로는 주한미군사령부나 연합사가 아닌 유엔사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다. 유엔사문제는 유라시아차원의 반패권연대와 압도적 대중역량의 결집을 가져올 전략소재이다.

남북관리구역 합의서
2000년 11월 17일은 정전협정 사상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던 날이다. 개정에 해당하는 동,서해지구 철도 통과와 관련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유엔사와 북인민군간 합의가 있었다.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국제연합군과 조선인민군간 합의서
1. 쌍방은 정전협정에 따라 서울-신의주간 철도와 문산-개성간 도로가 통과하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일부구역을 개방하여 그 구역을 남과 북의 관리구역(the area under the administration of the south and north)으로 함
2.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의 일부구역 개방과 관련된 기술 및 실무적인 문제들과 남과 북의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군사적인 문제들을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군대들 사이에 협의 처리토록 함

이 합의서에 의해 철도와 도로가 통과하는 구역은 남과 북의 군이 관리(Administration)한다고 합의되었으나 2002년 남북지뢰검증단교환을 둘러싸고 유엔사는 이를 번복하고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오기에 이르렀다. 유엔사가 제시한 근거는 관할권(Jurisdiction)은 여전히 유엔사에 있고 관리권(Administration)만 남측군대에 위임한 것이 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전협정 어디에도 ‘관할(Jurisdiction)’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관리(Administration)’라는 말만 등장할 뿐이다. 군 사령관에게 부여된 관리권이 입법,사법,행정관할권을 갖는 것으로 해석되진 않기 때문에 법률을 정하고, 법적제재 조치를 가할 수는 없다. 공물 관리권에 의거 판단하면 비무장지대관리권의 위반자에 대한 최고의 제재수단은 비무장지대 출입으로부터의 배제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 일부구역의 ‘개방(Open)’이란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 대한 유엔사령관의 관리권 포기를 의미한다. 이는 정전협정 5항 ‘한강하구는 민간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는 것과 똑같은 효력과 의미를 갖는 것이다.

현재 남측의 편법으로 북의 출입인원을 남측이 받아서 유엔사에 전달하고 유엔사의 승인을 얻어 다시 북에 전달하는 방법을 쓰다보니, 유엔사는 2002년의 문제제기로 유엔사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북은 2000.11.17일 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엔사는 2004년 9월, 61년 이래 용산기지에 위치해 있던 군정위를 다시 판문점지역으로 이전했다.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남측정부와의 합의를 무효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조치이다. 이 조치로 인해 남북교류에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통과문제는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을 안게 되었다. 드디어 2005년 청년단체 2명이 유엔사의 제지에 의해 방북을 포기해야 했다. 또한 유엔사는 2004년 9월 이후 남북연결지점에 병력을 배치했으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더불어 유엔사를 강화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이고 본질로부터 유래하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유엔사의 근본문제는 더 심각한데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의 4가지 기본문제
첫 번째 문제는 전쟁에 의한 북 점령시 북에 대한 통치주체가 유엔사라는 점이다. 1950년 10월7일 유엔총회 결의에 의한 10월12일의 유엔총회 임시위원회(the Interim Committe), 소총회(the Little Assembly)는 10월7일 유엔총회 결의를 재확인하였다. 임시위원회는 “유엔은 한반도 전역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로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정부는 없다.”고 명백하게 천명한 뒤 한반도 통일과 이에 따른 남측정부의 통치권의 확대를 공식으로 부인하였다. 임시위원회는 또 통합지휘권을 행사하는 유엔군사령관이 북측지역의 통치와 행정면에서 유엔KOREA통일부흥위원단과 현안문제를 논의하여 모든 책임을 수행하여 줄 것을 미국에게 요청하였다. 한국관계소총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다.

1. 1950년 10월 7일자로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의 규정하에 한국문제 소총회에서 동결의문에 포함된바 결의에 따라 유엔통합군사령부와협의하고 조언하도록 요청할 것을 고려하며,
2. 주권국가 한국에 통일되고 독립된 민주정부를 수립하기위해 유엔주도하에 총선거실시를 포함한 모든 소요활동을 취할 것을 결의한 동총회 건의를 고려하며,
3. 대한민국정부는 유엔에 의해 유엔 임시한국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 할 수 있었던 한국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지배권을 가진 합법정부로서 승인되었음과, 또한 “결과적으로 한국의 기타지역에 대한 합법적이며 효과적인 지배권을 가졌다고 유엔에 의해 승인된 정부는 없음을 상기하며”,
4. 전쟁행위의 발발시 대한민국 정부의 효과적 통치하에 있다고 유엔에 의하여 승인되지 않았으며 또한 현재 유엔군에 의하여 점령되어 있는 한국지역의 정부와 민간행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이 이 지역의 행정을 고려하게 될 때까지는 통합군사령부가 임시로 담당할 것을 권고하고,
5. 통합군사령부가 본 결의에 의거하여 민간행정을 위하여 설치된 모든 기관과 주한 통합군사령부 휘하의 수개 유엔회원국 군대로부터의 장교와 협력하기 위한 조속한 조치를 취하도록 건의하고,
6. 통합군사령부에게 한국위원단이 도착할 때까지 본 결의에 응하여 취하여진 조치를 소총회에 계속하여 보고하도록 요청한다.

미국은 10월7일의 유엔결의안에 의거해 북 점령시 유엔군이 점령과 통치의 주체임을 주장했다. 즉, “한국의 역할은 인정하나 총선실시 전에 주권이 확대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면서 북점령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전쟁이나, 북의 붕괴로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유엔군사령부는 국제법적으로 북쪽 지역에 대한 통치주체가 된다.
대한민국헌법 3조는 ‘大韓民國의 領土는 韓半島와 그 附屬島嶼로 한다.’로 되어 있다. 북의 헌법9조가 북반부만을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는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모순을 담고 있어 그 문제점이 심각히 제기 될 수 있으나 유엔사의 존재는 이 조항마저도 성립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요건을 가지고 있다. 보수적 국제법 학자들도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남측정부의 주권포기와 북의 점령통치를 전제하고 있는 유엔사야말로 가장 큰 반국가단체가 된다는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북의 점령을 상정하고 있는 남측의 호전세력조차도 북 점령 후 유엔사가 군정주체가 된다는 것 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유엔사문제가 진보진영이 아닌 보수진영에서 조용하고 꾸준히 논의된 배경에는 앞선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다. 보수세력, 나아가 호전세력조차도 유엔사의 북에 대한 점령통치권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이는 북을 대단히 자극할 내용이지만 남측으로서는 남측대로 주권의 문제로서 풀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05년 국감에서 기밀누설로 문제가 됐던 통일부의 충무계획은 유엔사의 존재를 망각한 허구이다. 현재의 상태대로라면 북점령과 붕괴시 군정 또는 민정 주체는 통일부장관이 아닌 유엔사령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주국방이나 통치차원에서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독도와 같은 영토주권의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남측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이지만 문제는 이 헌법조항이 유엔에서도, 혈맹인 미국에서도 인정치 않고 있는 조항이란 점에 있다. 따라서 유엔군사령관이 관리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 대한 주권의 문제가 제기된다. 하그(헤이그) 육전법에 의하면 정복이 아닌 점령상태를 타국주권의 획득으로 보지 않는다. 점령기간 동안 실질적인 주권의 행사가 중지되는 것은 사실이나 점령의 종료와 함께 주권은 해당국가로 환원된다. 점령이 아닌 정전은 군사 통제지역에 대한 일시적 관리 상태이기에 더군다나 주권의 적용을 훼손할 수 없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의 경우 출입을 통제함으로서 실질적인 주권의 행사를 제약한다. 미국 대사관터가 남측의 주권이 적용되는 영토이지만 치외법권 지대로서 남측의 주권행사가 일정기간 미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이는 비무장지대문제가 독도문제보다 더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재임을 암시한다.

두 번째 문제는, 유엔사가 어떤 절차도 필요없이 당장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50년전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라크전처럼 골치 아프게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남측 대통령이 전쟁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는 이미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사령관이 행사한다. 형식적으로는 군통수권자인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합의하여 한미연합사 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는 1978년 유엔사해체에 대비하여 창설된 한미연합사창설 공문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공문에 의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은 4성장군인 유엔군사령관직을 겸임함으로써만 그 효력을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사가 해체되게 한미연합사는 자동으로 해체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은 동일인물이다. 국제법학회의 김명기교수는 여전히 유엔군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하면서 작전통제권을 모두 위임(Reference)했다. ‘위임(Reference)’은 ‘이양(handover)’과 다르다. ‘권한의 위임’은 권한 귀속주체의 변경을 초래하나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지휘·감독권을 주체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반면에 ‘권한의 이양’은 권한 자체가 확정적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이양주체의 지휘·감독관계까지도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사에서 연합사로의 작전권의 이동에 대해 ‘위임’과 ‘이양’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 말하면 1950년 이승만대통령은 맥아더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고, 1978년 유엔사는 한미연합사에 ‘작전통제권’을 ‘위임’했다.
1950년 이승만대통령으로부터 작전통제권도 아닌 작전지휘권을, 위임도 아닌 이양을 받은 유엔사는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에서 이를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으로 변경 합의했고, 78년 한미연합사창설공문에서는 작전통제권 ‘위임’으로 변경 합의했다.
1980년 광주항쟁 당시 특전사가 연합사의 작통권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이동한 것으로 미국이 설명하는 논거가 바로 ‘위임’이다. 연합사의 작전통제 아래서도 한국군의 쿠데타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군이 연합사 작전통제부대목록에서 자기 부대 목록을 제외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작통권이 연합사에 ‘이양’된 것이라면 한미연합사는 정전협정의 서명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정전협정의 일방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 된다. 정전협정 5조 61항은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 및 증보는 반드시 적대쌍방 사령관들의 상호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에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을 위임한 것은 정전협정의 상대방인 인민군이나 중공군과 전혀 합의없이 이루어진 일이다. 연합사는 남측지역의 작전통제권을 위임 받았으므로 법적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남측지역을 통제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도 주권국가이기에 작통권을 환수 받으면 독자적으로 작통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두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므로 국제법의 제약 또한 받는다. 따라서 정전협정과 국내 군법에 의한 작전권의 행사가 충돌할 때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법이 나중법에 우선한다는 등의 국제법이론에 따라 법적으로는 정전협정이 우선한다. 과거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의 상선에 한국군이 교전수칙으로 대응한 것도 정전협정 우선적용논리였다. 다시한번 확인하면 한미연합사창설 공문은 유엔사의 작통권을 한미연합사에 ‘위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유엔사가 연합사의 작통권 행사를 취소시킬 수 있는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유엔사의 작통권은 언제든지 큰 장애 없이 복원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유엔사의 작전통제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 뿐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국전쟁에 동원된다는 것이다. 2004년 여름 일본의 많은 평화운동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수염이 허옇게 자란 원로들이 많았다. 오랫동안 평화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왠만한 주제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이미 우리세대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선문제, 즉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조선인 피폭자문제나 해저탄광등에서 사망한 강제징용조선인들의 숨겨진 역사를 헌신적으로 발굴하고 추모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외로 그분들은 유엔사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었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주한유엔사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황당함 자체였다.
그들이 놀라움을 표시한 첫 번째 사실은 주한유엔사의 7개 후방기지가 일본의 중요 미군기지라는 사실이었다. 7개기지에는 도쿄와 그 주변의 요코다공군사령부기지, 요코스카해군사령부기지, 캠프자마 그리고 사세보의 미해군기지, 오끼나와의 후템마미해병대사령부기지, 카데나공군기지, 화이트비치해병대기지로 가장 중요한 주일미군 사령부기지들이 포함된다. 이것은 1951년 9월 당시 수상이었던 요시다 수상과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사이에 체결된